경제·금융 금융정책

[로터리] 금융교육, 세살도 늦다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조영제조영제




심리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조국 이스라엘을 위해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그것은 교육부와 함께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금융교육을 집어넣는 일이었다. 일의 진척이 늦어지고 교육부 장관이 바뀌는 바람에 교수는 꿈을 접어야 했다. 왜 카너먼 교수는 그 일을 하고 싶어 했을까. 그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편향·습관·위험회피성향 등으로 합리적 결정과는 거리가 먼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너먼 교수는 합리적 결정이 쉽지 않음을 밝혀냈다. 예컨대 자금마련을 위해 보유주식의 일부를 처분해야 하는 경우 사람들은 매수가격보다 떨어진 주식을 팔기보다는 오른 주식을 파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정답은 매수가격 대비 올랐는지 내렸는지 여부가 아니라 미래수익률이 불투명한 주식을 파는 것이다. 한편 사람들은 100달러와 200달러의 차이를 900달러와 1,000달러의 차이보다 훨씬 크게 느낀다. 이런 이유로 100달러짜리를 50달러에 사는 것(50% 할인)은 횡재로 느껴지고 2만달러 차를 살 때 2,000달러의 옵션은 비싸지 않다(10% 추가)는 세일즈맨의 말에 설득되는 것이다.


얼마 전 금융감독원에서 국내 대학들에 ‘실용금융’ 강좌개설에 관한 협조요청 서신을 보냈다. 우리 젊은이들이 사회생활에 앞서 합리적인 금융의사결정에 대해 배울 기회를 주는 것은 매우 적절한 정책이다. 그러나 금융교육에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교육의 일반적 원칙은 “빠를수록 좋다(the sooner the better)”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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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 있다. 네 살 정도의 유아들 앞에 마시멜로를 놓아두고 원한다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지만 선생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한 개를 더 주겠다는 실험이다. 대부분 아이들은 기다리지 못했으나 일부 아이들은 10분 넘게 기다렸다. 이처럼 인내심을 발휘한 아이들은 10년 후 대학입시(SAT)와 대학진학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다. 더 중요한 점은 기다리는 동안 마시멜로가 보이지 않게 뚜껑을 덮는다든지 노래를 부르도록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인내심을 가르칠 수 있다”는 후속연구의 결론이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와 로버트 실러 교수는 이윤이 보장되는 한 인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는 시장경제를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어두운 면도 있다. “시장은 바보를 노린 피싱을 한다”는 것이다. 쌓이는 청구서, 금융불안, 의약품 남용, 나쁜 정부 모두 피싱에 걸려든 예이다. 두 경제학자의 조언은 다소 허무하다. 결국 “경제와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이해하라” 또 “피싱에 속지 말라”는 것이다.

금융교육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외국어를 가르치거나 코끼리를 훈련시키거나 원리는 동일하다. 가능한 한 조기에 좋은 습관, 규율, 좋은 콘텐츠를 가르쳐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시급하다. 점점 복잡해지는 요즘 같은 세상에 조상님들은 이렇게 조언했을 것 같다. “금융교육, 세 살도 늦다”고 말이다.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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