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칼럼] 건설·플랜트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박희준 에너지이노베이션파트너스 대표





지난 2015년 경영 악화로 법원에 파산 또는 법정관리(법인회생)를 신청한 기업 수가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 기업 대다수는 중견·중소기업으로 풀뿌리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방증한다. 원인은 수출 비중이 9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와 국내 투자 둔화 및 전반적인 세계 경제 침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건설 및 플랜트 산업 경기는 침체기에 접어든 지 오래다. 침체된 국내 건설 및 플랜트 산업 활성화를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불황에도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량은 오는 2035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인도 등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북미·동아프리카 등에서 신규 천연가스 개발이 확대돼 천연가스 인프라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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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침체된 국내 건설 및 플랜트 산업에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최근 해외 천연가스 하류 인프라 시장에서는 설계·조달·시공 일괄수주(EPC) 및 설비운영(O&M)의 패키지형 사업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건설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특성상 LNG 장기공급계약자(off-taker)가 필수적인데 사업 파트너로 EPC 업체가 장기공급계약자 역할까지 함께 제공할 수 있다면 계약 협상 시 매우 유리하다. 수주뿐 아니라 지분에 따라 O&M 권한까지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며 건설에 필요한 자금 투자까지 한다면 상당한 입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플랜트 건설뿐 아니라 운영 실적을 보유한 업체에 참여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여건에서 국내 건설사 또는 플랜트 업체가 단독으로 이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국내 공기업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가스공사는 국내외 천연가스 하류 인프라 산업에서 풍부한 실적과 경험, 기술 노하우 등과 세계 최고의 LNG 구매력과 신뢰도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는 현재의 해외 시장 니즈에 부합하며 이를 전략적으로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즉 공기업은 해외 신규 사업개발자로의 마중물 역할 수행과 지분 투자를 통한 O&M 분야를 담당하고 국내 금융사는 재무적 투자자로, 건설사 및 플랜트 업체는 건설 분야에 각각 참여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해외 천연가스 하류 인프라 사업은 저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단기간 내 투자금의 국내 회귀가 가능하고 건설 및 금융 등 연관 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함과 동시에 신규 일자리 창출과 동반성장 실현으로 국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가치가 적지 않다. 하루빨리 관련 기관과 업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보며 이는 발전 분야에서도 같은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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