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은행권 ISA 계좌 4개 중 3개가 깡통 수준이라니

만능통장이라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당수가 깡통계좌나 다름없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ISA 출시 이후 한달(3월14~4월15일)간 은행권에서 개설된 계좌 가운데 74.3%인 101만3,600여개가 가입액 1만원 이하였다. 4개 중 3개꼴로 속이 텅 빈 깡통 수준이라는 얘기다. 100원 이하 계좌도 2%로 3만개에 육박하고 달랑 1원짜리 계좌까지 있다니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증권사에서도 깡통계좌가 적지 않았다. 같은 기간에 개설된 ISA 계좌 중 36.4%가 깡통계좌로 분류되는 1만원 이하였다. 100원 이하 계좌 비율은 7.2%에 달해 은행권보다 오히려 높았다. 전 금융권에 ISA 깡통계좌가 수두룩한 셈이다. 국민 재산을 늘려주기는커녕 자칫 깡통계좌 양산에 따른 후유증만 커질 판이다. 특히 깡통계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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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유치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불완전판매 걱정은 제도 시행 전부터 제기됐다. 대출연장 고객에게까지 무작정 가입을 강요한다는 소리가 들렸을 정도다. 3월 말에는 우리금융경영연구소조차 “과열경쟁으로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직원들이 유치할당량을 채우려고 가족·지인을 얼마나 끌어들였으면 은행권 내부에서까지 경고음이 나왔겠는가.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올 때마다 과당 경쟁→깡통계좌 속출→불완전판매 책임공방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지겹도록 경험하지 않았는가. 아무리 시장 활성화가 중요하더라도 알맹이 없이 외형만 부풀리면 사상누각이다. 이제는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책임이 무겁다. 설명이 쉽도록 상품구조를 단순화하고 단기보다 중장기 평가를 유도하는 등 금융사 간 실적경쟁을 자제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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