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제2의 정운호 사태' 없게…대법, '뒷문 변론' 차단한다

전화 변론 등 전관변호사·브로커 부적절한 행위로 악용

'정운호發 법조 비리'에 대법, 규제 강화 심도있게 검토





최근 ‘정운호 사태’를 통해 사법부에 대한 ‘로비·청탁 시도’가 여전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법원이 이런 관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청탁의 주요 통로로 사용되는 ‘뒷문 변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에야말로 재판 로비, 전관 비리 등 사법부의 고질적인 병폐가 해소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9일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 로비 의혹 등을 근본적으로 불식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이른바 ‘소정 외 변론’을 막는 고강도 대책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현재 별다른 제약이 없는 전화 변론을 규제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법적 사건에 대한 심리, 의견 교환은 기본적으로 재판정 안에서 이뤄지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원활한 사건 진행을 위해 변호사 등 사건 관계자와 판검사가 법정 밖에서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있다. △판검사실에서 면담 △전화로 얘기 △사석에서 만나는 경우 등이다. 이를 뒷문 변론, 전문 용어로 소정 외 변론이라 한다.


문제는 소정 외 변론이 전관변호사나 브로커가 재판부에 부적절한 청탁을 하는 통로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운호 대표의 항소심에서도 정 대표 측 변호인이 소정 외 변론을 통해 청탁을 시도하다가 재판부의 제지를 받았으며 정 대표의 브로커가 재판장과 사석에서 식사하면서 사건 관련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소정 외 변론은 전관변호사나 브로커가 의뢰인을 옆에 앉혀두고 법관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내가 이렇게 영향력이 있다”고 과시하는 용도로 악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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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소정 외 변론 규제에 발 벗고 나선 이유가 여기 있다.

법원은 소정 외 변론 가운데서도 전화 변론이 특히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판사실 면담의 경우 방문 내역이 기록으로 다 남기 때문에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고 제3의 장소에서 판사가 사건 관계자와 만나는 일은 ‘0’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화 변론은 많이 활용됨에도 불구하고 기록도 남지 않고 별다른 규제도 없다. 관리 감독 ‘사각지대’인 셈이다. 이에 대법원은 전화 변론을 원칙적으로 거절하는 방안, 전화 변론을 허용하되 기록에 남기는 방안, 전화 변론을 판사실 면담으로 유도하는 방안 등 규제책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런 방안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 권고의견’이나 ‘법관의 면담 등에 관한 지침’ 등에 명시하고 부적절한 소정 외 변론을 계속 시도하는 변호사는 변협에 통보하는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대책 방향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좀 더 폭넓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전화 변론 외에 사석에서 판검사가 사건 관계자와 접촉하는 일도 규제해야 한다”며 “우연이라도 사석에서 사건 관련 얘기를 들을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도 “모든 경우의 소정 외 변론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보고하도록 해야 하며 판사뿐 아니라 검사도 마찬가지로 보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전화 변론 제한은 변론권 침해 여지가 있으니 원칙적으론 허용하되 판검사에게 보고 의무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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