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으로 당선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 헌법개정 등을 통해 외국인들의 실물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경제구상을 밝혔다.
그는 9일 현지 매체인 래플러, ABS-CBN 등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헌법에 있는 ‘60-40공식’을 개정해 외국인들을 보다 편안히 (투자하게) 만들 수 있다”며 취임 후 외국인 지분 상한선을 높이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60-40공식’은 필리핀이 지난 1987년 헌법개정으로 필리핀 내 법인에서 취득할 수 있는 외국인 지분 상한선을 40%로 묶어놓은 규정을 뜻한다.
두테르테 시장은 또 “내가 원하는 것은 실물투자”라며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핫머니’보다 외국인들의 장기투자를 끌어내는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전환하고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력을 지방정부에 이양해 연방제를 도입하는 등의 정치개혁도 추진할 계획이다.
개헌 준비는 그의 취임 직후 시작되며 이르면 오는 2019년 국민투표가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두테르테 시장 측의 피터 라비냐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취임 6개월 이내에 제헌협의회 구성원 선출을 국회에 요청하고 2019년 중간선거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릴 정도로 강경한 성향의 두테르테에게 의구심을 품어온 시장은 일단 그의 당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후2시 현재 필리핀 주가지수(PSEi)는 7,060.14로 전거래일 대비 0.98% 상승했다. 두테르테 시장의 국정운영 능력이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6년간 연평균 6.2%씩 성장해온 필리핀 경제의 성장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린 덕분으로 보인다.
방콕 소재 자산운용사 치베타의 알렉스 클레인 탕크 상무는 “우리는 펀더멘털을 본다”며 “선거 결과로 필리핀이 성장궤도에서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