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16년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50] SK하이닉스

과감한 투자로 '메모리반도체 양강’ 올라<br>SK그룹 편입 후 간판 계열사로 자리매김

SK하이닉스의 생산라인 모습.SK하이닉스의 생산라인 모습.




올해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톱50에는 5개 브랜드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5개의 ‘뉴 페이스’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브랜드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에 처음 명함을 내밀자마자 18위라는 높은 순위로 치솟았다. ‘무서운 신입’인 셈이다. SK하이닉스의 브랜드 가치가 급등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반도체는 오늘날 정보기술(IT) 사회를 떠받치는
원천과도 같다. 과거에는 컴퓨터의 정보처리·저장장치로 쓰임새가 비교적 국한됐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거의 모든 디지털·전자기기의 핵심부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차세대 메가트렌드로 급부상한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량, 가상현실 등의 최첨단 기술도 반도체 덕분에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기준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위로는 인텔과 삼성전자가, 아래로는 퀄컴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자리를 잡고 있다. 모두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값이 쟁쟁한 기업들이다. 그 속에 SK하이닉스가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시장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확고한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세계 반도체 업계 6위에 머물렀지만 불과 5년 만에 톱3 반열에 깃발을 꽂았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의 동력은 SK그룹이라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하이닉스는 1999년 반도체 빅딜로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합병하면서 탄생한 회사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현대그룹의 경영난으로 계열 분리되면서 오랫동안 모진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하이닉스는 생존을 위해 원가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을 갈고 닦았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절체절명의 국면에서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생존본능 덕분이었다.

그런 하이닉스가 2012년 SK그룹의 품에 안겨 SK하이닉스로 거듭나자,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SK하이닉스에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한 덕분이다. 사실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에 나섰을 때만 해도 그룹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라는 속성상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데다, 경기하강이 주기적으로 들이닥치기 때문에 리스크가 상당히 큰 편이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결단을 밀어붙였다. 이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됐다.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할 만큼 효자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SK그룹은 기존 주력 사업인 정유·에너지와 이동통신 분야가 실적 악화와 성장 정체에 부닥치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적잖이 겪었다. 이 난국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게 바로 SK하이닉스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의 한 수’
SK하이닉스의 매출액은 SK그룹에 편입된 첫 해인 2012년 10조1,62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3년 14조1,651억원, 2014년 17조1,256억원, 2015년 18조7,980억원으로 해마다 껑충껑충 뛰어올랐다. 불과 3년 만에 외형이 2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영업이익률이 같은 기간 -2%에서 28%로 급등했다.

그러다 보니 SK그룹 임직원들도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호의적이다. SK의 새로운 간판 계열사가 등장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한 임원은 말한다. “최태원 회장이 주도한 SK하이닉스 인수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아주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처음 하이닉스 인수설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적잖은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우리 식구가 되고 난 뒤 수년간 계속 좋은 실적을 거뒀어요. 게다가 모바일 혁명 이후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다, 요즘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 차량 시장이 본격 성장하게 되면 훨씬 더 많은 반도체 수요가 생기게 되잖아요. 이래저래 SK하이닉스가 그룹의 효자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 큽니다.”

올해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톱50 기업 중에서 SK하이닉스는 18위다. SK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4위를 차지한 SK텔레콤에 이어 ‘넘버2’다. SK텔레콤은 전 국민이 이용하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Business to Consumer) 업종이기 때문에 브랜드가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실제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나 선호도가 경쟁사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다. 그 덕분에 SK텔레콤은 SK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업종이다. 일반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했다. 여기에는 지난 수 년간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훌쩍 높아진 것이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인터브랜드코리아는 올해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를 발표하면서 브랜드 가치 상승 비결의 3가지 핵심 요소로 ▲창의적 고객 경험 제공(Creative Experience) ▲전략적 세계화(Strategic Globalization) ▲신속한 시장 대응(Speed to Market)을 꼽았다. 물론 SK하이닉스도 이 3가지 요소를 두루 충족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말한 대로 반도체 산업은 B2B 업종이다.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는 소비자들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전자기기의 성능과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 바로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동영상 시청이나 사진 촬영·저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고성능 반도체 덕분이다. 그런 점에서 반도체 기업의 기술혁신은 그 자체가 디지털·전자기기 제품을 사용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더해주는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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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정문 앞에서 바라본 야경.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정문 앞에서 바라본 야경.


꾸준한 혁신으로 세계 최초 제품 개발
SK하이닉스 역시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쌍두마차답게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고성능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급팽창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D램(Dynamic Random Access Memory: 대용량 임시기억장치로 널리 쓰이는 메모리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바일 기기의 시스템 성능 향상을 위한 메모리반도체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모바일 D램 매출 비중은 2007년까지만 해도 전체 D램 매출에서 약 3%에 불과했지만 2012년 이후로는 30% 이상으로 대폭 확대됐다. 여기에는 SK하이닉스의 모바일 D램 기술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말 차세대 모바일 D램 규격인 이른바 ‘LPDDR4(Low Power DDR4)’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어 2015년 2월에는 반도체 업계 최초로 8Gb(기가비트) LPDDR4 제품을 고객사들의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개가를 올렸다. LPDDR4는 현재 시장의 주력 제품인 LPDDR3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2배가량 빠르고 전력 효율도 30% 이상 향상됐다. 즉 초고속과 저전력이 최대 강점이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환경을 손쉽게 구현하는 등 다양한 고급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그 덕에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모바일 표준인 LPDDR4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상용화함으로써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했다”며 “향후에도 고용량, 초고속, 저전력 제품 개발을 통해 모바일 분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함께 메모리반도체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낸드플래시(Nand Flash: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 솔루션 경쟁력 제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 성능을 좌우하는 ‘컨트롤러’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미국, 이탈리아, 대만 등지의 관련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솔루션 역량을 바탕으로 모바일 기기와 서버 등에 쓰이는 다양한 응용복합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또 SK하이닉스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으로 서버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서버용 대용량 D램 경쟁력도 키워나가고 있다. 이미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세계 최대 용량의 128GB(기가바이트) DDR4 모듈을 개발한 바 있는 SK하이닉스는 대용량 DDR4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IHS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서버용 D램 시장에서 64GB 이상의 대용량 제품 비중은 2015년 3.4%에서 2019년 70.8%까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금액으로는 약 93억 달러 규모의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세계 16개국에 16개의 현지법인과 14개의 사무소를 아우르는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해놓고 있다. 중국에는 생산공장을 두고 있고 미국, 유럽, 대만, 벨라루스에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 중이다. 특히 중국 우시(無錫)와 충칭(重慶)의 생산법인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로 부상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04년 일찌감치 우시에 진출해 생산 교두보를 확보했다. 우시 생산공장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50%가량을 담당하는 중추적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3,50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장을 선점하면서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업체로 도약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SK하이닉스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중국 생산법인 필두로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한국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IT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중국 중서부 거점도시 충칭에도 공장을 설립해 현지 반도체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충칭 공장은 낸드플래시, MCP(Multi Chip Package) 등 응용복합제품의 후(後)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전(前)공정을 담당하는 우시 공장과 함께 중국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첨단 장치산업이다. 또한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선제적 투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타이밍의 산업’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SK하이닉스가 최근 수년간 지속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는 인상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경영회의에서 SK하이닉스의 투자 확대와 관련해 “경영환경의 제약조건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선제적으로 투자 시기를 앞당기고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일원이 된 지난 2012년 투자액을 전년 대비 10%가량 늘렸다. 당시 세계 반도체 업계는 불투명한 시황 때문에 투자 규모를 축소하던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최태원 회장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때부터 SK하이닉스는 매년 3조원대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올해는 6조원 이상의 과감한 투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던 지난 10여년간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면서 ‘위기 극복 DNA’를 체화했다”며 “IT 산업의 성장 둔화와 중국 반도체 업체의 등장으로 반도체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선도적 기술 개발 등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성장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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