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한지붕 자회사' 허용...운용사 그룹시대 열린다

금융위 운용사 인가 정책 개선안

분사·M&A 등으로 대형화 유도

삼성운용, 액티브 부문 분사 유력

증권사 8월부터 사모운용 겸영

NH·신한금투 등 15곳 참여 준비





자산운용사가 그룹 체제로 펀드 전략을 특화한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된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공모펀드 운용사로 올라서는 문턱도 낮아진다. 운용사의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활발한 인수합병(M&A)과 신규 업체 진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운용사 인가 정책 개선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운용사가 분사를 통해 자회사를 두거나 다른 업체를 인수하는 것을 허용해 대형화·전문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운용사가 펀드 전략에 따라 액티브(적극적 매매), 패시브(소극적 매매), 대체투자 등 각 분야 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자회사를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운용사가 분할이나 M&A를 할 때 주식과 부동산 분야처럼 투자 대상에 명확한 차이를 그어야 금융당국이 인가를 내줬다. 부동산 자산 투자에 특화된 삼성SRA자산운용과 증권 자산을 편입하는 삼성자산운용을 삼성생명이 거느리고 있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선진국은 금융그룹 내 복수 운용사 설립을 허용해 M&A·분사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1조6,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의 BNY멜런은 한 지붕에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및 지역별로 15개 특화 전문 자산운용사를 두고 있다. 6,000억달러를 굴리는 AMG그룹은 무려 28개 운용사를 거느리고 있다.


금융위의 이번 규제완화를 통해 삼성자산운용은 액티브펀드 운용 부문의 분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안방보험을 최대주주로 맞이한 동양자산운용과 알리안츠자산운용은 합병 대신 독립적인 운용을 할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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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자산운용그룹의 등장과 함께 더욱 활발한 M&A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그룹이 다른 운용사를 인수할 수 있게 돼 업계 내에서 더욱 활발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는 칸서스자산운용과 알파에셋자산운용 등이 매물로 나와 있고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품게 된 현대자산운용 역시 매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융위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상품을 팔 수 있는 공모펀드 운용사 인가 요건도 낮춰주기로 했다. 앞으로 기관투자가를 주로 상대하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1년 이상 경력을 쌓고 일임·운용 자산이 3,000억원을 넘기면 증권·부동산·특별 자산 중 하나를 다루는 공모펀드 운용사로 인가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10월 사모펀드 운용사 진입 규제가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된 뒤 새로 등장한 헤지펀드 운용사 28개사(3월 말 기준)가 일정 수준의 일임·운용 자산을 만들어놓으면 연말부터 공모펀드까지 다룰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울러 증권·부동산·특별 자산 모두 투자할 수 있는 종합운용사로 전환하는 기준도 펀드 수탁액 5조원에서 일임 자산을 포함해 3조원으로 낮아진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로 현재 44개의 종합운용사가 5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의 사모펀드시장 진출 시기도 확정됐다. 금융당국은 다음달부터 사모펀드 운용업 겸업 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증권사가 직접 상품운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15개 이상의 증권사가 사모펀드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안창국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이번 규제완화를 통해 특색 있는 운용사가 대거 시장에 진출하면서 업계의 건전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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