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핫이슈]한진해운·현대상선, 미주노선 1년치 일감 확보…재기 기대감 솔솔

벼랑 끝 해운업에 희소식

기존 화주들 유동성 위기에도 꿋꿋한 믿음 '계약 사인'

유럽노선 운임지수도 안정세…실적 개선 청신호

"영업 훈풍 힙입어 용선료·채무 조정 성공할 것"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까지 줄줄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며 절망의 기운이 가득한 해운업계에 모처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국내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이 가장 주력하는 ‘아시아~미주’ 노선은 매년 4월께 1년 치 운송계약을 맺는데 양대 해운사의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존 화주들이 변함없는 믿음을 보내준 덕에 지난해 이상의 성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아시아~유럽’ 노선까지 성수기(4~9월) 효과가 나타나며 운임이 안정을 찾고 있어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사들은 영업 쪽에서 불어온 긍정의 기운을 바탕 삼아 용선료(선박 임대료) 인하와 채무 조정에 성공해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미주노선 연간 계약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해 이상의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은 대형 소매업자들과의 계약물량이 지난해보다 11%가량 증가했고 현대상선 역시 기존 화주의 이탈 없이 지난해 수준의 계약에 성공했다.

미주노선은 국내 컨테이너 선사들의 전체 수송량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노선이다. 미주노선은 유럽이나 다른 노선과 달리 매년 4월께 익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의 1년 치 운송 계약을 맺는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국내 선사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며 업계에서는 기존 고객들의 이탈 가능성이 점쳐졌다. 실제로 적지 않은 화주들은 해운사에 재무상황이나 서비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해 이상의 계약 실적을 거두며 해운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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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성과는 국내 선사들이 지난 수년간 화물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운송한 데 따른 신뢰와 더불어 영업 조직이 쌓아온 끈끈한 네트워크,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로스’로부터 3년 연속 최우수 선사로 선정될 정도로 서비스 안정성과 정시성·신뢰성 등에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며 “고객들의 우려를 없애려 본사와 영업본부, 해외 지점 등 모든 채널을 동원해 회사 사정과 재기 노력을 설명한 효과도 톡톡히 봤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의 한 관계자도 “화주들이 회사의 자구 노력과 정부·채권단의 지원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계약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해운업계가 미주노선에서 안정적인 1년 치 일감을 확보한 가운데 최근에는 유럽노선까지 성수기 효과가 나타나며 실적 개선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5월 첫주 ‘아시아~유럽’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당 732달러로 4월 말보다 170.1% 급등한 데 이어 둘째주에도 636달러로 안정세다. 운영난에 빠진 해운사들이 이달 초 일제히 운임인상(GRI)을 시도한 뒤 1주일이 지난 뒤에도 유지되는 것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급과잉이 심하면 GRI 효과가 한 주 만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성수기 물동량 증가에 공급조절을 위한 계선(선박 묶어둠) 효과까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운임이 바닥을 기며 해운사 위기가 심화됐지만 올해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해운업계는 영업에서 불어온 훈풍이 용선료 인하 협상과 이달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에까지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마무리단계이고 한진해운은 2014년 이스라엘 해운사 ‘ZIM’의 용선료 인하를 이끌었던 영국계 ‘프레시필즈’를 자문로펌으로 선정해 선주사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한진해운은 오는 19일, 현대상선은 31일부터 이틀간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채권 만기 연장과 출자전환을 추진한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에 조금씩 활기가 도는 만큼 채권자들을 설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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