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최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명 ‘구조조정 회사채’ 투기에 옐로카드를 꺼냈다.
한진해운(117930)·현대상선(011200)·대우조선해양(042660)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 회사채 거래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에 있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은 과거 동양그룹이 계열 증권사인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003470))을 통해 계열사 회사채를 밀어내기식으로 불완전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1조원의 피해를 입혔던 ‘동양사태’와는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들의 회사채 투자로 손실을 입어도 중재 지원이나 투자금 보전 등의 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12일 “최근 구조조정 회사채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완전 판매 징후가 잡히지 않고 있다”며 “이미 위험신호가 다 알려진 기업들인 만큼 투자에 따른 손실책임은 투자자들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운·조선 등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진 업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사업보고서에 여러 문제점이 적시된데다 일부는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도 신청한 상태”라며 “동양사태와 같은 안전장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구조조정 회사채 투자자들은 손실이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장내채권시장에서 이날 내년 6월 만기인 ‘한진해운76-2’는 전날보다 9.36% 오른 5,248원에 마감했다. 현대상선의 회사채인 ‘현대상선177-2’도 1.71% 오른 5,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내년 4월에 만기되는 ‘대우조선해양6-2’의 가격이 최근 오름세다.
기관투자가들은 사정이 어려워진 이들 기업의 회사채 보유 물량을 적극적으로 팔고 있다. 하지만 투기 목적이 다분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동양사태 때 금감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중재 노력을 기울여 구제했던 것이 오히려 시장에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2013년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동양증권을 통해 불완전 판매된 회사채, 기업어음(CP)에 투자한 4만여명이 피해를 봤고 금감원은 당시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중재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또 2014년 동부제철 구조조정 때는 금융당국의 협조를 통해 채권단이 투자자의 회사채 보유 물량을 일부 매입해주기도 했다.
금감원은 동양사태처럼 한진해운·현대상선·대우조선해양 등의 회사채가 계열 증권사를 통해 불완전 판매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증권을 통해 판매된 현대상선 회사채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은 관계사 중 금융사가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예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면서 다시 한 번 주의를 당부했다.
/김민형·지민구기자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