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벌써부터 새누리당의 ‘대선 필패론(論)’이 흘러 나오는 가운데 혁신위 활동 역시 ‘보여주기 식’ 이벤트 수준에 그치면서 친박계·비박계가 끝내 분당이라는 최악의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명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13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17일 오후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하고 혁신위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를 위해 △혁신위의 독립성 보장 및 권한을 명문화하고 △혁신위가 제출한 당헌·당규 개정안은 최고위나 비대위를 거치지 않고 혁신위 의결로 갈음하고 △법률 개정안의 경우 의원 총회 없이 혁신위 안을 곧바로 당론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정진석 원내대표가 혁신위원장 영입도 주도하게 된다.
앞서 새누리당이 ‘관리형 비대위+별도의 혁신위’ 방안을 차기 지도 체제로 확정하자 당의 전면적 쇄신을 요구해 온 비박계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터져 나왔는데, 혁신위의 권한을 강화하기로 한 이날 결정은 사실상 친박계가 비박계의 주장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박계인 하태경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친박계가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 것 같다”며 “그 동안 혁신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들이 ‘들러리’로 전락할 게 뻔하다며 위원장을 맡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는데 이런 분위기도 많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내의 이런 기대감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새누리당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표면적으로나마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수권정당으로서의 비전을 차근차근 제시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든 이후에도 당을 근본에서부터 송두리째 쇄신할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친박계와 비박계가 권력 투쟁에만 골몰하면서 혁신위의 권한 강화 방안 역시 휴지조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본지 통화에서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친박계가 차기 당권을 잡으면 혁신위가 어떤 쇄신안을 내놓아도 친박계의 장악력을 약화시키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미 정서적으로는 분당 사태에 이른 새누리당이 결국 찢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나윤석·류호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