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정치적 상황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통상 국가 신인도의 결정에서 정치적 상황이나 지정학적 요인은 외채 상환능력·경제 펀더멘털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수적인 평가요소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의 신용등급 평가에서 정치가 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이 보고서를 발표한 킴 엥 탄 S&P 아태지역 국가 신용등급 담당 선임이사는 “과거 동남아의 맹주로 군림했던 태국의 경우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경제부문의 실적이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데타로 집권한 프라윳 찬-오차 총리가 약속대로 내년 총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코 기존 정치인들의 입맛에 맞는 헌법 개정안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따라서 태국내 정치적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며 사회기반시설이나 교육시스템에 대한 개선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킴 이사는 필리핀의 경우 ‘막말 정치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이 몰고 올 정치적인 파장에 주목했다. 그는 “두테르테가 집권하면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아키노 전 정부가 이룩한 정치적 안정이라는 성과가 흔들릴 것”이라며 “정치적 대립이 재발하면 국가 신인도 개선 추세는 꺾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말레이시아의 경우 나집 라작 총리가 주도적으로 설립한 재무부 산하 투자회사 1MDB가 연쇄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놓이면서 정치권과 엮인 이 회사의 문제가 경제 전반에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1MDB가 일으킨 문제들이 말레이시아 국가신인도 결정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