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세계경제 회복속 웅크린 파산공포

사이먼 존슨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최근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의 분위기는 암울했다.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한 번 하향 조정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계 경제가 3% 성장을 간신히 넘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IMF의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암담한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지난 2007년까지도 세계 경제는 매년 4.5~5%의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중국·브라질·러시아 등의 신흥국들은 눈부신 산업 발전을 이뤘고 시민들의 삶의 질도 빠르게 개선됐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라는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은 경제 위기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도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신흥국들이 처한 상황은 더 심각하다. 브라질 경제는 정치 혼란으로 파탄 직전이다. 장기간 고성장을 이어온 중국은 이제 성장률 하락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가장 큰 문제는 오는 6월 영국에서 치러질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유럽연합(EU)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경제 성장은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가질 때 가능하다. 지금 어떤 소비자들이 앞으로 임금이 오르거나 아니면 적어도 유지는 될 것이라고 믿을까. 어떤 기업이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활발하게 투자를 하려 하겠는가. 글로벌 경제에는 비관주의가 만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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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기적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수십 억명의 사람들이 교육과 근면한 노동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열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야기한 금융 경제의 실패를 놀라운 속도로 극복해 제조업 발전을 이뤄왔다. 그 결과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5% 이하로 떨어졌다. 유럽 경제도 예전과 비교하면 순항 중이다. 유가가 회복되면 선진국을 위협하는 저물가 문제도 점차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정말 경제 불황이라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와 탄탄한 성장세를 회복했느냐다. 또한 이러한 성장은 정부의 빚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같은 통화확장정책이 일시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들은 이와 같은 단기적 효과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 빚을 낸다는 것은 결국 둘 중 하나로 끝이 나게 돼 있다. 돈을 갚거나 아니면 파산하는 것이다. 확장정책을 통해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난다면 돈을 빌린 기업과 개인도 늘어난 부(富) 덕분에 빚을 갚을 수 있다. 하지만 확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불황이 이어지면 이들은 망할 수밖에 없다. 2008년 미국이 그랬고 1997년 한국이 그랬다.

정책 집행자들도 통화확장 정책의 부작용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당장 눈앞의 성과를 위해 위험부담을 높이면서 빚을 내라고 권하고 있다. 당장 기준금리를 내리고 양적완화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경제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빚잔치 속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인 거대 금융기업들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 기업들은 정부에 온갖 로비를 해서 주주들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도 막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도드-프랭크법’을 통과시켰는데 실제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여전히 대형 금융기업들은 몸집을 불리고 있으며 이들이 망할 경우 정부의 혈세가 투입될 것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글로벌 경제는 분명 회복하고 있다. 기업가들도 새로운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기업들은 적절한 금융 지원 없이 홀로 성장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금융기업들은 무조건 빚을 내라며 리스크를 높이고 있고 정부는 확장정책으로 이를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폭탄 돌리기가 어느 시점에서 걷잡을 수 없는 파산으로 이어질지 두렵다. 사이먼 존슨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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