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중국 상하이의 대표적인 전자상가인 쉬자후이. 이곳 삼성 스마트폰 매장에서는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내세워 ‘갤럭시S7’ 프로모션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매장을 찾아 스마트폰을 살펴보는 중국인들은 거의 없었다. 직원은 “갤럭시S7 반응이 좋다”고 말했지만 하루에 몇 대 정도 팔리는지 물어보자 “7대 정도”라고 답했다.
이곳에서 만난 현지인은 “최근 중국에서 화웨이 등 가격도 싸고 성능도 좋은 중국산 스마트폰 인기가 매우 높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또 “중국인들이 애플 제품에는 매우 만족하는 경우가 많은데 삼성은 가격은 비싸지만 가성비가 좋지 않은 거 같다는 인식이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4분기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1위부터 4위까지는 모두 중국 제조사가 차지했다. 화웨이, 오포, 샤오미, 비보 순으로 10% 초중반 대 점유율을 골고루 기록했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에 이어 올 1·4분기에도 중국 시장 5위권에 들지 못했다.
쉬자후이에 위치한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궈메이에서도 삼성, LG 등 한국산 가전제품보다는 하이센스, 하이얼 등 중국산 브랜드나 독일산 지멘스, 보쉬 등이 눈에 더 많이 띄었다.
특히 LG의 경우 TV나 세탁기는 없고 냉장고만 진열돼 있었다. 궈메이의 한 점원은 “지난해에는 LG TV도 있었지만 올해는 없다”며 “2~3년 전까지만 해도 LG제품이 많았고 대형 프로모션도 많이 했던 거 같은데 최근 들어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 “상하이에서 TV는 소니, 삼성, 샤프 다 비슷한 수준으로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다른 점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세탁기를 소개해달라고 하자 독일 가전업체인 지멘스의 드럼세탁기를 소개했다. 3,500위안 정도로 한화로는 65만원 수준이었다. 사양 차이는 있었지만 바로 뒤에 자리하고 있던 삼성 드럼세탁기가 2배 가까이 더 비쌌다.
물론 중국인들의 온라인 구매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유통체인의 모습이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지들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본 후 온라인으로 가전제품을 사는 경우가 더 많다. 현지 소비자는 “중국 소비 시장에서 한국산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에 대한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이상 삼성과 LG가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선도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상하이=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