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총수일가 회사에 일감 몰아준 현대그룹 계열사 과징금 12억

공정위 "현회장 사익 편취 없어"

현대그룹이 현정은 회장 동생 부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15일 지난 2015년 당시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를 비롯해 이들과 과도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HST와 쓰리비에 총 12억8,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계열사를 동원해 사익을 편취하는 일감 몰아주기 행위 금지를 지난해 2월 도입한 후 첫 사례다.


현대증권은 2012년 지점용 복합기를 임대차 거래하면서 제작사인 제록스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HST를 끼고 계약을 맺어 10%의 이윤을 확보해줬다. 프린터 스캐너 유지보수 회사인 HST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서도 4억6,000만원을 부당하게 챙겼다. HST는 현 회장의 동생 가족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 거래처와 계약을 중도해지하고 현 회장의 동생 부부 가족이 소유한 회사인 쓰리비와 2012년부터 3년간 택배 운송장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쓰리비는 택배 운송장을 다른 경쟁사보다 11.9~44.7% 비싸게 현대로지스틱스에 팔아 56억2,5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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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정유사의 에이전시 사업수행을 해온 쓰리비는 택배 운송장을 구매대행 했는데 다른 구매대행업체보다 마진율이 2배 이상 높아 27.6%에 달했다. 다른 인쇄업체나 구매대행 업체는 매년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마진 없는 거래도 감수해야 했지만 쓰리비는 3년간 안정적으로 높은 고정 수익을 얻어 택배 운송장 시장에 진입한 지 3년 만에 시장점유율 12.4%를 기록했다.

정창욱 공정위 서비스업 감시과장은 “택배 운송장 시장은 참여자가 모두 중소기업이므로 대기업 집단 계열회사가 부당 지원을 통해 상당한 마진을 확보한 행위는 공정한 경쟁질서에 미치는 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 거래 규모에 비해 과징금이 적다는 비판에 정창욱 과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2015년 2월14일 이후 행위만 제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현정은 회장 개인에 대한 제재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현 회장이 직접 사익 편취 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해야 제재할 수 있는데 그런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회사 임원이 부당행위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도입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올해 첫 적발로 이어졌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의 총수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을 가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총수일가까지 사법처리(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현대 이외 한진·하이트진로·한화·CJ 4개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 유예 기간이 길어진 사이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있는 지분을 정리하면서 제재 대상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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