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산은 "한국GM 부실 방치땐 제2 대우조선 될라" 초강수

■산은 "美 GM본사에 자구책 내놔라"

작년말 지분가치 4분의1 토막

내년 10월엔 매각제한도 풀려

지분 헐값 매각 사전 차단 나서





산은이 한국GM을 통해 미국 GM 본사에 한국GM의 자구책을 요구한 것은 계속된 경영 부실을 지켜만 보기에는 감수해야 할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산은은 금융당국의 비(非)금융 계열사 지분 매각 방침에 따라 3년 이내에 한국GM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적자 누적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는 산은의 지분가치를 떨어뜨리고 결국 헐값 매각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산은이 최근 한영회계법인에 의뢰해 한국GM 보유지분(17.02%)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벌인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 2,690억원 수준이었던 지분가치(회수 가능금액)는 지난해 말 680억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2년 연속 적자로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2대 주주인 산은의 지분가치도 덩달아 하락한 것이다. 실제 한국GM은 2014년 영업손실 1,485억원, 당기순손실 3,53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5,944억원, 당기순손실 9,868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욱 늘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회사 가운데 2년 연속 적자를 낸 곳은 한국 GM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GM이 GM인베스트먼트 등 계열사를 통해 보유한 한국GM 지분(76.9%)의 매각제한이 내년 하반기부터 풀리는 점은 산은에 부담이다. GM은 2002년 대우차를 인수할 때 채권단과 향후 15년간(2017년 10월까지) 보유 지분을 제3자에 팔지 않기로 합의했다. GM은 대신 매각제한 해제 후 지분을 매각할 때 2대 주주인 산은 지분(17.02%)을 묶어서 팔 수 있는 동반매도권(태그얼롱)을 확보했다. 내년 10월 이후부터는 GM이 한국GM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는 것이다. GM이 계속된 적자로 이제는 본사 도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한국GM에 대해 손해를 감수하고 출구 전략에 나설 경우 산은이 보유한 지분도 헐값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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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이 GM 본사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또 다른 배경에는 최근 기업 구조조정에서 불거진 책임론과도 무관하지 않다. 산은은 2013년부터 STX그룹과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에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붓고도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산은이 최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5조5,000억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내고 그 과정에서 수조원 대의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질 때까지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점은 뼈아프다. 산은이 한국GM에 대해 연간 감사보고서 외에 추가적인 재무·회계 자료를 요구한 것도 결국 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3년과 2014년 국적선사들이 적자를 기록할 때 대우조선만 흑자를 내 당시에도 부실회계 의혹이 제기됐지만 산은은 회사 경영진만 믿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패착이었다”며 “한계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기된 산은 책임론이 다른 업종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GM엔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은은 앞으로 미국 GM을 강하게 압박할 방침이다. 1년에 한번 나오는 감사보고서 외에도 중간 실적 보고와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회사 경영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2017년 10월 이후 풀리는 매각제한 조항을 연장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다만 산은의 강수가 얼마나 약발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한국GM의 이사회는 GM 측 인사 7명과 산은 쪽 인사 3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생산공장 이전과 같은 사안은 주총 특별 결의 사안으로 2대 주주인 산은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다른 경영상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GM 본사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 이를 제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산은으로서도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김보리기자 ingaghi@sedaily.com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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