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MSCI 선진지수 편입 딜레마...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VS 외환위기 트라우마...

MSCI, 내달 15일 승격 리뷰리스트 발표 앞두고

정부 외국인통합계좌는 이르면 이달말 시범 도입

역외 원화시장 개설 요구엔 "환투기 등 우려" 난색

외환거래 규제 어느정도 푸느냐가 편입 열쇠될듯



세계 양대 주가지수로 꼽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선진지수 편입 검토대상국(리뷰리스트) 결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협상 주체인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MSCI 선진지수 편입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의 위상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지만 이를 위해 외환거래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원화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탓이다. 결국 외환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면서 선진지수에 포함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MSCI의 태도가 완고해 이른 시일 내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15일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협상의 ‘키’는 외환당국이 쥐고 있다”며 “외환 거래 규제를 어느 수준까지 풀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기획재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실무협의체(워킹그룹)를 구성해 MSCI와 국내 지수의 선진지수 편입을 지속해서 논의했다. 당시 북한의 도발과 국제 유가 하락 등 대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외국인 자금 수급을 개선하기 위해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한국 자본시장의 아킬레스건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선진증시 합류는 금융개혁 과제로 연초 발표된 금융위 업무 보고에도 담겨 있다.

현재 국제통화기금(IMF)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한국 주식시장을 선진국으로 분류한다. 전 세계 주요 주가지수 업체 중 미국 투자자들에 영향력이 높은 MSCI만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2008년 처음 선진지수 리뷰리스트에 올랐음에도 외국인 투자등록(ID) 제도의 경직성과 원화 환전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승격은 고사하고 2014년 리스트에서도 제외됐다.


금융당국은 ‘2014년 쇼크’ 이후 절치부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한국이 후보에 올랐음에도 ‘주요20개국(G20)’ 국가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사로잡혀 이렇다 할 실무적 노력을 소홀히 한 것은 뼈아프다. 금융당국은 우선 실무협의체 논의를 통해 MSCI가 제기한 국내 금융시장의 불편사항 중 하나인 ID 제도를 24년 만에 뜯어고치기로 했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외국인 통합결제계좌(옴니버스 어카운트)가 시범 운영됨에 따라 MSCI의 첫 번째 요구 조건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헨리 페르난데스 MSCI 회장이 한국을 찾아 임 위원장과 면담을 했을 때도 이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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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MSCI의 두 번째 요구사항인 역외 원화 시장 개설 문제다. MSCI는 홍콩,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에 24시간 원화 거래를 할 수 있는 외환시장 개설을 원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MSCI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역외 외환시장을 통해 대규모의 환투기(환율의 변동을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매매 행위)가 이뤄지거나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른바 ‘외환위기 트라우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역외 외환시장은 달러·유로·엔 등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만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외환위기로 큰 홍역을 치렀던 한국이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역외 원화 시장 개설은 사실상 원화가치가 급변해도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운용 중인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핫머니의 공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대신 외환당국은 외환시장의 마감 시간을 3시30분으로 30분 연장한다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MSCI의 반응은 미적지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저도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 조치가 지연되면서 상반기 중 시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단 MSCI는 다음달 15일 선진지수 승격 리뷰리스트를 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이 올해 리스트에 포함된다 해도 내년 승격 발표를 거쳐 일러야 오는 2018년 6월부터 선진지수에 편입된다. 이번에 후보에 오르지 못하면 선진지수 편입은 차기 정부에나 기약할 수 있다. 정부는 외환거래 시간 30분 연장 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패키지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단기간 내 MSCI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역외 외환시장 개설은 한국이 2008년 선진지수 리뷰리스트에 처음 올랐을 때부터 MSCI가 끈질기게 요구했던 내용”이라며 “이후 8년이 지났는데 정부가 절충안을 내놓는 수준으로는 MSCI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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