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

금감원 "카드론 금리인하"에 착잡한 카드사

"최고 금리 지나치게 높아"

일각선 인하 필요성 인정

가맹점 수수료에 이어

카드사에 또 가격 압박

"민간 자율 침해" 목소리도

금감원측, "금리 결정 합리성 고려해달라는 의미였을 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카드사 사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 인하와 같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민간 금융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격개입 논란이 또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카드사의 최고금리가 높은 만큼 인하 필요성이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반응이지만 한편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이어 최고금리까지 유독 카드업계에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진 원장은 최근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8개 전업계 카드 사장이 모인 자리에 참석해 카드사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알려졌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금융당국이 지난 3월 법정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27.9%로 인하하기로 했는데 카드사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미온적이었던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업계가 대출금리를 인하해 정부에 보조를 맞춰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이와 관련 “카드사들에 금리 인하를 명시적으로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금리 결정에 있어 합리성을 고려해달라는 말을 언급한 정도”라고 해명했다.

카드업계는 현재 최고금리가 27.9%보다 낮은 상황이다. 단기대출인 현금서비스의 경우 카드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6.14~27.5%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장기대출인 카드론 역시 5.9~25.9% 수준이다. 카드사의 대출금리는 법정 최고금리 이하 수준에서는 각 회사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기관의 수장이 카드사들에 정책적 협조를 구하면서 카드사들로서는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 일부 카드사는 다음달부터 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KB국민카드는 다음달 18일부터 카드론 최고금리를 연 24.8%에서 24.3%로 0.5%포인트 내릴 예정이다. 현대카드도 다음달 15일부터 현금서비스 최고금리를 27.5%에서 26.5%로 1%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또 상대적으로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던 일부 카드사들도 이에 맞춰 금리 인하를 고려 중인 상황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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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의 카드론 최고금리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인 만큼 금융감독기관이 적절히 나섰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대부업체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해왔던 만큼 최고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카드사들의 조달금리가 상당히 내려갔지만 카드사들은 대출금리 인하에 대해 지나치게 인색하다”며 “카드사들은 그동안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보여주기식 금리정책’으로 대출금리를 소폭 내리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감독기관이 민간 영역에 지나치게 개입해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정치권에서 가맹점 수수료율을 최대 0.7%포인트 인하하면서 올해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대출금리마저 개입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민간 영역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던 영역”이라며 “대출수요에 맞춰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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