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송호근 "시민 민주주의서 성장동력 확보 실마리 찾아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휴넷 명사특강서 주장

16년 만의 여소야대, 혼돈 예고

정치·국가권력에 의존하지 말고

시민 정치의식 발현 필요한 때

단체 활동·자발적 토론 등 통해

실질적 정책 반영 이끌어내야

송호근 서울대 교수송호근 서울대 교수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면으로 앞으로의 국정은 말 그대로 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무능한 정치 탓만 할 것이 아니고 시민 민주주의에서 실마리를 찾아 경제동력 상실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대표 보수논객인 송호근(60·사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교육전문업체 휴넷이 서울 테헤란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연 명사특강에서 우리 사회에 시민 정치 의식의 발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국 혼란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토론과 합의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게 하자는 것이 송 교수가 주장하는 시민 정치다.

송 교수는 “그동안 투표권은 뻔한 선거 결과와 주인의식이 결여된 이른바 ‘객권(客權)’이었다면 지난 4·13총선에서는 어느 정도 투표권자의 주권을 되찾았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권리 회복은 엄청난 정국 불안정과 맞바꾸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정당이 지역주의와 진보-보수 편 가르기에 편승해 이익을 얻은 ‘무기한 전세정당’이었던 반면 이번 선거는 ‘시한부 월세정당’의 탄생을 알리는 변화의 신호로 해석했다.


송 교수는 “오는 6월 20대 국회의 개원으로 시작될 정국 혼돈으로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도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며 “싸움을 멈추고 소통하는 화쟁(和諍) 정치를 기대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그는 직접 울산·거제 지역을 돌면서 구조조정 태풍에 직면한 조선업과 그 영향권 아래 초토화된 지역 경제를 탐방한 결과를 소개하며 “사회를 개혁하지 않으면 경제동력도 잃고 만다는 사실을 이곳에서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중후반 조선업 호황일 때 기업이나 노동계 어디에서도 향후 불황을 대비한 제도나 규범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령 독일의 벤츠·폭스바겐 등은 호황일 때 연장·휴일근로를 하더라도 그 근로시간만큼 임금을 받지 않고 저축해뒀다가 불황으로 일감이 없을 때에도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근로시간 계좌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우리 산업·노동계는 이런 제도를 만들려는 시도조차 한 적이 없었다고 송 교수는 꼬집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위기의 충격을 흡수하고 배분하기 위한 대화나 생각을 공유해본 적이 없다”며 “이런데도 우리가 과연 성숙한 시민인가”라고 반문했다.

송 교수는 올바른 정치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자발적 결사체인 시민단체에서 쟁점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 민의가 정당에 전달되는 시민 정치의 선순환 고리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2011년 독일 메르켈 정부가 2022년까지 원전 완전 폐기를 전격 선언할 수 있었던 것도 학교·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공공·사적 기관에서 이뤄진 시민교육으로 이미 수렴된 시민의 의견이 정당 정책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송 교수는 “시민사회의 근본은 권력이 아니라 합의를 통한 자치(autonomy)에 있다”며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국가권력이 앞장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 믿는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 정치 구현을 위해 제시한 실천 방법은 공익 목적의 자발적 시민단체에 가입해 자신의 시간을 쪼개 매달 3~4시간이라도 활동하는 것이다. 그는 “공공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시민들이 공존·공영의 지혜를 축적한다”며 “시민 정치 의식을 키우기 위한 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