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선장 부재에 기관사·조타수도 없이…흔들리는 CJ號

총수 공백 장기화 속 주요 경영진마저 건강 악화

이미경 부회장 지병 악화에 이채욱 부회장도 요양 떠나

4인 경영委 '반쪽' 운영 그룹 미래투자 지지부진

CJ헬로비전 매각 지연 "책임경영 한계…위기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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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의 경영부재 장기화로 비상이 걸린 CJ(001040)그룹이 경영진의 잇단 건강악화까지 겹치면서 흔들리고 있다. CJ는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해 위기를 타개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올해 투자계획부터 삐걱거리는 등 리더십 공백에 따른 경영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채욱 CJ 부회장은 최근 지병인 폐 질환이 악화돼 한국을 떠나 괌에서 요양하고 있다. CJ그룹은 이 부회장이 현지에서 전화와 인터넷으로 주요 현안에 대해 결재와 지시를 내리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올해 71세인 이 부회장은 2013년 3월 CJ대한통운(000120)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되며 CJ그룹의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그룹의 방송·문화사업 등을 총괄하던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도 지난해부터 건강이 나빠져 미국에서 신병치료 중이다. 이 부회장은 작년 8월 부친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잠깐 한국을 찾았지만 최근에 병세가 악화돼 미국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유전병의 일종인 샤르코마리투스(CMT)를 앓았으나 올 들어 증세가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CJ그룹 고문도 지난해 12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증세가 다소 호전되긴 했지만 고령에다 이 명예회장의 별세와 이 회장의 구속에 따른 정신적인 충격이 워낙 커 장기간 입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CJ그룹과 의료진의 판단이다.


주요 경영진이 건강악화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2013년 7월 출범한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경영위원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영위원회는 손경식 회장, 이채욱 부회장, 이미경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4인으로 구성됐지만 이채욱 부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반쪽 짜리’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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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악재에 그룹의 미래가 걸린 투자에도 제동이 걸렸다. CJ그룹은 2012년 사상 최대인 2조9,000억원을 투자했지만 2013년 7월 이 회장이 구속되자 투자규모가 1조원대로 급감했다. 올해도 일단 1조9,000억원 투자계획을 세웠지만 이 회장의 경영공백에 경영진의 건강악화라는 복병까지 만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인수합병 전략도 더딘 걸음을 보이고 있다. CJ는 최근 터키 최대 극장업체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을 약 8,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중국 2위 바이오업체 메이화성우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CJ가 수년 전부터 협상을 진행해온 곳이어서 경영위원회 출범 이후의 성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들 업체를 제외하면 올 들어 CJ가 인수한 기업은 중국 아미노산업체 하이더(360억원), 국내 사료업체 코휘드(350억원), 베트남 김치업체 온킴(30억원) 등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1월 단행한 CJ헬로비전(037560) 매각도 난항을 겪고 있다. CJ는 SK텔레콤에 CJ헬로비전을 1조원에 팔아 M&A 용도로 쓴다는 계획이지만 독과점 논란이 일면서 아직까지도 인수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CJ호가 선장은 물론 항해사와 기관사, 조타수까지 부재한 상황에서 거센 풍랑과 맞닥뜨렸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공백 이후 계열사별 전문경영체제가 도입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대법원의 재상고심에서도 이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CJ 위기는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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