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에 맞서 금융봉쇄 등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사치품 제재 품목 확대. 북한에서 사치품이 최고위층의 개인적인 용도로 쓰이기도 하지만 체제유지용 도구로도 활용된다는 판단에서다. 고가의 명품시계나 보석은 물론 외제차까지 선물해 지도부의 충성심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안보리는 지난 결의에서 보석, 요트, 고급 자동차, 경주용차 등 기존 일곱 개 사치품 제재 예시목록에 고급 손목시계와 2,000달러 이상의 스노모빌 등 다섯 개 품목을 추가했다. 북한 정권의 ‘선물 정치’에 타격을 주기 위한 조치다.
하긴 북한의 사치품 수입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김정은 체제 3년 동안 북한이 수입한 사치품만 20억달러(2조5,000억원)어치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김정은·리설주 커플시계는 수천만원짜리 스위스산 명품이고 얼마 전 위성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된 호화 요트는 무려 80억원짜리로 파악됐다. 김정은의 제1 업적으로 꼽는 마식령 스키장에는 고급 수입 스키 장비가 즐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선물정치 덕분인지 북한의 상위 1%가 사는 모습은 뉴욕 맨해튼을 옮겨 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애나 파이필드 도쿄지국장의 평양 르포기사 ‘북한의 1%, 평해튼(평양+맨해튼)에서 운치 있는 삶을 즐기다’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젊은 1%는 해외에서 사온 글로벌 브랜드를 주로 입는다. 엘르와 나이키·아디다스 등이 인기브랜드다. 평양커피숍의 커피 가격은 4∼8달러(약 4,700∼9,400원), 바비큐 레스토랑에는 50달러(약 5만8,000원)짜리 요리도 있다. 평양에서조차 공식적인 월급 수준이 10달러가 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낼 가격대다. 부의 불평등 문제가 날로 심화하는 양상이다. 북한에서 자본주의의 폐해를 목격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이용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