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국내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적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롯데그룹의 국내 86개 계열사 중 78곳(90.7%)이 비상장사인 가운데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상장은 67개에 이르는 순환출자 고리 끊기의 시작인 동시에 일본 쪽의 지배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결과와 관계없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원 리더 체제’를 확고히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가 확정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지만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 작업이 마무리되면 신동빈 회장과 그가 지배하는 일본 L투자회사(2·4·5·6)는 기존 보유 지분을 시장에 매각(구주 매출)함으로써 최대 1조6,000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L투자회사는 지난 2007년 일본 롯데그룹이 사업과 지배구조 개편을 목적으로 마련한 회사로 총 12개가 설립돼 있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12개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됐으며 일본 롯데홀딩스와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를 통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L투자회사의 구주 매출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마련된 자금은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키는 데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호텔롯데를 통해 일부 계열사의 주식을 매입한 뒤 “앞으로 남은 순환출자 고리도 완전히 없앨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조사해 공개한 결과를 보면 아직 67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 있다. 이는 대기업집단의 전체 순환출자 고리(94개)의 71.3%에 달하는 수준이다. 순환출자 고리의 중심은 롯데쇼핑과 대홍기획·롯데제과 등 3개사다. 롯데쇼핑이 롯데리아의 지분 38.7%를 보유한 것부터 시작해 대홍기획과 롯데제과·롯데칠성·후지필름으로 출자구조가 연결돼 있다. 이들 순환출자 계열사의 또 다른 지분은 또 롯데알미늄·롯데물산·부산롯데호텔 등 일본 계열사 출자 비중이 높은 비상장사들이 갖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가늠하기도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일단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지난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일본 기업’ 논란을 잠재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일본 계열사 지분이 65% 수준으로 낮아지고 국내외 기관 및 개인투자자가 나머지 35%를 메우는 지분구조로 탈바꿈된다. 신동빈 회장도 이 같은 논란을 고려해 지난해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구주 매출보다는 30~40%의 지분을 신주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 한국에서 더 많은 세금을 내고 고용창출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IPO 추진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기존 태도와 달리 신주 발행 비중은 최소 수준인 25%로 줄고 구주 매출 비중이 10%로 정해졌다는 점은 논란거리다. 이는 호텔롯데의 상장에 거부감을 가진 일부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와 주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폐쇄적인 경영을 원하는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와 주주들에 호텔롯데 상장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도 신동빈 회장이 어느 정도의 ‘선물 보따리’를 풀어야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