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핫이슈] "중공업 문제 그룹이 우선 풀어야" 산은 압박에 답답한 삼성

삼성중공업 자구안 놓고 채권단-삼성 기싸움

이동걸 산은 회장 "삼성 더 적극적으로 나와야"

삼성측, "엔지니어링식 해법 요구하나" 촉각

중공업 문제 과도한 그룹 책임론엔 경계감 표출



‘수주절벽’에 몰린 삼성중공업의 재무개선 문제가 그룹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삼성이 더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탓이다.

아직 삼성은 이 문제에 공식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만 중공업이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쳐지거나 주주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당장 채권단의 분위기는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삼성중공업이 자구안을 제출한 다음날인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볼 때 현재 (삼성중공업)안은 디테일이 떨어진다”며 “삼성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1차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들고 오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계열사나 그룹차원의 지원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17.62%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이고 삼성생명(3.38%)과 삼성전기(2.39%) 등도 주주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그룹 차원의 지원 확약을 원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각종 구조조정으로 여력이 없는 산업은행으로서는 삼성중공업의 문제는 우선 삼성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생각도 비슷하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신용위험평가를 두고 삼성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는 7월에 끝난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용위험평가가 좋게 나올 리가 없다”며 “이 경우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이고 게다가 2~3년 뒤에 어렵다고 생각하면 지금 약정을 맺든지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물론 현재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1조886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도 254%에 불과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삼성중공업은 4월 수주가 ‘0’였다. 삼성중공업 스스로도 자구안보다는 신규 수주가 관건이라고 보고 인도 업체와 선박 발주를 얘기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앞으로도 수주 여건은 대폭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은행권 여신도 증가세인데 삼성중공업이 은행에서 받은 신용공여잔액은 지난해 말 13조9,034억원에서 4월 말에는 14조3,128억원으로 4,000억원가량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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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거론되는 게 삼성엔지니어링 사례다.

지난해 영업손실만 1조4,543억원을 내면서 자본잠식에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던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실상 그룹의 지원 약속을 받은 바 있다. 올 들어 시행된 유상증자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실권주가 생기면 이를 인수하겠다며 3,000억원 규모의 돈을 마련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는 엔지니어링의 자사주 300억원을 인수했고 추가로 7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더 사들이기로 한 상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자산매각 외에 자본확충이 필요하면 주주가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삼성자동차 부실에 이건희 회장이 책임졌던 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성의 표시’는 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아직 삼성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삼성전자만 해도 증자에 대해 “진행되는 게 없고 언급할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으로 책임론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할 것이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에 대한 삼성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관건이다. 삼성은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삼성중공업도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수차례 흘러나왔고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선업이 농업과 비슷한 길을 가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채권단과 삼성 간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채권단 및 당국과 삼성 간의 기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며 “조선업 상황과 삼성중공업의 재무상황을 두고 양측간 의견대립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필·김보리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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