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생각하십니까] 근로자이사제 도입 - 찬성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갈등비용 줄여 기업 생산성 향상될 것

서울시가 근로자를 대표하는 1~2명을 공공기관 이사회 이사로 참여시키는 근로자이사제 도입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서울메트로 등 15개 공사·공단·출연기관에 이 제도를 도입해 근로자 대표가 법률과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계획, 예산, 정관 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근로자이사제 조례안을 이달 중 입법예고하고 8월까지 공청회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께 시행할 계획이다. 도입 찬성 측은 근로자이사제가 사회적 갈등비용을 크게 줄이고 기업 생산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오히려 높인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근로자이사제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경영권을 훼손할 뿐 아니라 의사결정 지연으로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고 법률에 근거 규정 없이 도입할 경우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 주력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10곳 중 8곳이 쇠퇴기 또는 정체기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조선·해운 산업 구조조정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응은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당면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더 큰 문제로 돌아올 것으로 우려된다. 부실 문제는 개별 기업이나 산업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즉 패러다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이 총수(오너)의 독단에 맡겨져 있고 부실경영을 감독해야 할 정부기관은 오히려 오너의 도덕적 해이를 방조하면서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정경일치(政經一致)’의 양상이 한국 경제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현재의 패러다임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라는 요구가 제기된 것이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요 구성요소 중 하나가 바로 근로자 경영참여제도다. 협치와 협력·상생이라는 시대 정신에 전적으로 부합될 뿐만 아니라 특히 위기국면에 강한 힘을 발휘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비정규직을 포함한 근로자 대표를 참여시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한 계기로 삼을 필요가 절실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근로자의 경영 참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반대가 만만치 않다. 가장 심각한 오해는 노조에 대한 불신에 뿌리를 둔 ‘근로자 경영 참여=경영 효율성 저해’라는 주장이다. 이는 오랫동안 사용자와 갈등 관계에 있는 한국 노조의 모습을 경영에 참여하게 될 미래 노조에 그대로 투영하는 모순된 주장이자 경영진에 순종하는 근로자를 바람직한 모습으로 암암리에 상정하고 있는 전근대적 발상이다. 갈등에 대한 대안은 협력이지 순종이 아니다. 근로자 경영 참여가 보급되면 초기에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겠지만 사용자와 함께 노조도 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근로자 경영 참여가 의사결정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일면적이다. 의사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경영진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근로자의 반발을 예방할 수 있고 의사결정이 실행에 옮겨질 때에는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근로자 경영 참여가 가져다주는 갈등예방 효과는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선진국일수록 파업 일수가 적다는 사실에서 입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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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경영 참여에 대한 다른 반론은 이 제도가 시작된 독일의 공동결정제(근로자이사제)가 쇠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심각한 사실 왜곡이다. 사용자 측에서 아직도 공동결정제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1979년 3월 연방헌법재판소가 공동결정제에 대해 ‘경제적 정당성을 사회적 정당성으로 보완하는 제도’로 인정하며 합헌 판결을 내린 후에는 더 이상 공식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공동결정제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 제도를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정부가 위촉한 비덴코프위원회는 2006년 공동결정제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는 있지만 긍정적인 평가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고했다. 독일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침체 국면에서도 2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미국 진보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고용 기적’이라 부르기도 한 성과를 거둔 배경도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노사합의였다. 독일에서는 개혁적인 사민당은 물론 보수적인 기민당도 공동결정제가 독일의 경쟁 우위의 원동력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공동결정제가 사회적 시장경제의 구성요소라는 점에는 공고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는 것이다.

근로자 경영 참여는 한국의 경제헌법에 위배된다는 오해도 있다. 이는 한국의 경제질서를 사회적 시장경제로 규정한 헌법 제119조를 자유시장경제로 잘못 해석한 데 따른 오해다. 시장경제는 영미형의 자유시장경제와 유럽대륙형의 사회적 시장경제로 구분된다. 헌법 제119조 1항은 시장경제 일반에 관한 조항이며 2항은 시장경제 가운데 사회적 시장경제에 관한 규정이다. 그 밖에도 제123조의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보호와 육성, 제124조의 소비자 보호 등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정신을 반영하는 조항들이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는 노사의 사회적 동반자 관계이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장치가 바로 공동결정제다. 근로자에게 억지로 주인의식을 가질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경영의 동반자로, 공동의 주인으로 정립하는 것이 훨씬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헌법 제119조 2항에 명시된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구현하기 위한 근로자 경영 참여는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의 시대적 요구이자 헌법적 소명이다.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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