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생각하십니까] 근로자이사제 도입 - 반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근로자 경영참여, 경쟁·혁신 위축시켜

서울시가 근로자를 대표하는 1~2명을 공공기관 이사회 이사로 참여시키는 근로자이사제 도입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서울메트로 등 15개 공사·공단·출연기관에 이 제도를 도입해 근로자 대표가 법률과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계획, 예산, 정관 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근로자이사제 조례안을 이달 중 입법예고하고 오는 8월까지 공청회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께 시행할 계획이다. 도입 찬성 측은 근로자이사제가 사회적 갈등비용을 크게 줄이고 기업 생산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오히려 높인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근로자이사제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경영권을 훼손할 뿐 아니라 의사결정 지연으로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고 법률에 근거 규정 없이 도입할 경우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업의 이사회 구성은 기업지배구조의 핵심 부분으로 지배구조 중 기본적인 사항은 반드시 법률에 따라야 한다. 노조 대표로서의 이사회 참여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것처럼 정관 변경으로는 곤란하고 반드시 상위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근로자의 경영 참여가 어느 정도 보편화돼 있지만 모두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난 1998년 취임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사민당 소속이었지만 볼프강 클레멘트 전 독일 경제노동장관과 함께 노조와 당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하르츠 개혁’이라고 일컬어지는 ‘어젠다 2010’을 추진했다. ‘어젠다 2010’은 노동시장 유연화, 기업 규제 완화, 복지 축소 등을 골자로 한다. 노동개혁으로 10%가 넘던 독일의 실업률은 현재 6%대를 유지하고 있다. 실업률이 점점 높아만 가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 때문이 아닌 강력한 구조조정 덕분에 독일 경제가 살아난 것을 개혁의 당사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사회를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로 나누고 감독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키는 이원적 이사회를 채택해 유럽 국가 중 근로자의 경영참여제도가 가장 발달하고 있다. 그 사상적 기초는 노사정 협의를 원칙으로 하는 사회적 합의주의(corporatism)다. 그러나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사회적 합의주의에 근거한 노사정 합의는 경쟁을 저하시키고 혁신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여러 논문과 강연에서 사회적 합의주의를 유럽의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그의 저서 ‘대번영의 조건’의 핵심 내용은 사회적 합의주의의 파멸이다. 이 시스템은 노동과 자본이 조직적인 방법으로 서로 대화하자는 것이지만 그러한 시스템에서는 공장 폐쇄는 물론 직원들의 대량해고도 불가능하며 대신 파업은 줄어들 것이지만 경제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유럽 계량경제학의 연구 결과도 근로자이사제도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1982~2011년 발표한 28편의 실증연구논문 중 노동이사의 임명으로 주가나 회사의 성장에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한 경우는 겨우 10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11건에서는 어떠한 유의한 효과도 발견되지 않았고 평균 임금 등 일부 부문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시장가치 등 다른 면에서는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7건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드러났다. 경영 참여와 기업 성과 사이에는 어떠한 명확한 상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론이다.

1915A37 어떻게반대1915A37 어떻게반대


독일·덴마크·핀란드·프랑스·헝가리·룩셈부르크·네덜란드 등 유럽 14개국의 사기업과 공기업에 모두 근로자이사제를 적용하고 있다. 스페인·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 4개국은 공기업에만 이를 적용하고 있으며 다른 12개국은 적용하지 않거나 매우 제한된 방식으로 운영된다. 유럽의 노동자 경영 참가는 정치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점차 변해 아일랜드·몰타·그리스·스페인·폴란드·체코·슬로베니아·헝가리에서는 위축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핀란드·포르투갈·슬로베니아·스웨덴에서는 현상유지 상태, 노르웨이·룩셈부르그·네델란드·프랑스·독일 등만이 약간 강화했을 뿐이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점차 폐지·축소의 길로 향하고 있다.

유럽주식회사법은 이원적 이사회와 근로자의 경영 참가를 강제하지 않는다. 독일의 유수 기업 가운데 알리안츠·BASF·포르셰홀딩스 등 대기업들도 유럽주식회사(Societas Europaea)로 전환했다. 중소기업 대부분은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회피하기 위해 유럽주식회사로 전환한다. Gfk 등도 SE로 전환했는데 경영 참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근로자이사제도는 주주가치 제고와 강한 국제경쟁력이 요구되는 현재의 기업활동, 특히 벤처기업이나 정보기술(IT) 기업에서는 지배구조의 비효율성 때문에 채택하기 어려운 제도다. 전통 제조업이 강하며 사회적 시장경제체제의 은행자본주의인 유럽의 경우에는 맞을 수 있지만 자유시장경제체제 아래의 주식시장 자본주의인 영국·미국·일본·한국 등에서는 맞지 않는 제도다. 법률에 근거도 없이 정관 변경으로 기업의 근본에 해당하는 지배구조를 변경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지방자치법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근로 기준, 측량 단위 등 전국적으로 기준을 통일하고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국가 사무를 처리할 수 없다(제11조 제5호)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관한 그 장(長)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해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주무부 장관이 기간을 정해 서면으로 시정할 것을 명하고 그 기간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제169조 제1항)해야 할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