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명의신탁자 몰래 부동산 처분해도 횡령죄 아냐

대법원 전원합의체, 무죄 취지로 사건 파기 환송...그 동안의 판례 뒤집어

부동산실명법 근거 애초에 소유권 이전 인정 안돼

부동산 명의신탁(차명)에서 명의수탁자가 임의로 부동산을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임의 처분 때 횡령죄가 성립된다는 종전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부동산을 반드시 실제 권리자 명의로 등기해야 한다는 부동산 실명법의 취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9일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 행위에 대해 종전 횡령죄 성립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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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횡령죄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과거 2001년과 2002년, 그리고 2010년 두 차례 등 총 네 차례의 비슷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모두 해당 내용을 횡령죄로 봤으나 이번에는 내용을 다르게 본 것이다.

대법원은 “명의수탁자는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므로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부동산 실명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 이전 등기 자체가 무효이며 신탁 부동산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뤄진 부동산 물권 변동은 무효’라고 규정한 부동산 실명법에 근거해 애초에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또 횡령죄 구성 요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도 볼 수 없으므로 처벌의 필요성을 내세워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횡령죄로 보게 되면 부동산실명법이 금지하도록 한 명의신탁관계를 오히려 조장하게 돼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A씨는 2004년 7월 충남 서산의 부동산을 매입한 뒤 같은 해 8월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인 B씨에게 중간 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B씨는 2007년 제3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해당 부동산에 대해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했고 2008년 9월 농협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도 근저당권 변경 등기를 진행했다. 이에 A씨는 B씨가 자신의 부동산을 횡령했다고 소를 제기했고 1심에서는 B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유죄로 판단했다.

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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