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책銀 투트랙 자본확충 합의했지만…정부-한은 직접투자 놓고 신경전

정부 "한은 일부라도 내라"

직접출자 주체 명시 안해

펀드 보증재원 출연도 이견

구체 운용방안서도 엇갈려



정부와 한국은행이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법으로 직접출자,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 ‘투트랙’ 방식에 합의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따져야 할 것이 많아 진통이 예상된다.

단적인 것이 19일 자본확충협의체 2차 회의 결과 발표에 등장한 ‘직접출자’ 문구다. 협의체는 “직접출자와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 방식의 병행”이라며 직접출자의 주체를 명시하지 않았다.

협의체의 한 관계자는 “직접출자의 주어 없이 뭉뚱그려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여전히 한은의 수출입은행 직접출자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며 “전액 한은이 부담하는 것이 안 되면 일부라도 출자하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수은 출자는 현행법상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한은은 완강한 반대 입장이다. 과거 수은에 출자했던 전력에 대해서도 “과거 개발금융 시기에 회수기간이 긴 수출입금융의 재원마련을 위해 발권력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2001년 이후 출자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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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확충펀드에 대한 세부 운영방안에도 아직 협의가 더 필요하다. 양측은 자본확충펀드에 실탄을 쏘는 ‘시점’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감안해 자본확충펀드에 한꺼번에 돈을 마련해 놓자는 입장인 반면 한은은 총 규모만 설정해 놓고 국책은행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쏘자는 생각이다.

신용보증기금 보증재원 출연 문제를 놓고도 양측의 판단이 다르다. 자본확충펀드는 한은이 기업은행 등에 대출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면 기은은 펀드를 조성해 산업은행, 수은의 코코본드(신종자본증권)를 매입해 국책은행 국제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여기서 기은이 펀드에 대출해줄 때 지급보증을 신용보증기금이 선다. 문제는 신보의 보증재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추가 재원에 대해 정부는 한은의 발권력으로 하라는 입장인 반면 한은은 재정으로 해야 한다고 맞선다. 다만 지난해 8월 한은이 회사채시장 안정을 위해 산은에 3조4,000억원을 대출하는 방식으로 신보에 500억원을 출연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한은이 부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 자본확충펀드가 산은·수은으로부터 매입한 코코본드를 시장에 유통시키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2009년 자본확충펀드 때는 유동화하지 않고 콜옵션 방식을 사용했는데 대출금 회수에 5년이나 걸렸다”며 “이제 국제자기자본규제 등이 강화돼 예전처럼 조기회수 조건 없이 대출하기는 어려우므로 펀드가 유동화를 포함해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총론에서 합의했으니 계속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연선·김상훈기자 세종=이태규기자 bluedash@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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