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헬스케어로...스마트워치로...토종 PC업체 변신 몸부림

모바일에 밀려 시장 갈수록 위축

대우·삼보 등 사업 다각화 총력

2115A01 갈수록 줄어드는 PC 출하량 및 매출2115A01 갈수록 줄어드는 PC 출하량 및 매출




지난해 매출 1,064억원 규모의 국내 중소 PC 제조업체 대우루컴즈는 지난 16일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카메라가 장착돼 이용자가 얼마나 바른 자세를 유지했는지, 업무나 공부를 하면서 언제쯤 스트레칭으로 긴장을 풀어줘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스마트모니터 ‘헬스매니저’를 내년 상반기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해체된 대우그룹 컴퓨터사업부 출신이 주축이 돼 2002년 설립된 이 업체는 이후 PC와 TV 모니터 생산, CCTV와 광고 디스플레이 사업 등으로 PC와 모니터 사업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신산업 분야로 발을 넓히는 것이다. 허성철 대우루컴즈 기획조정실장은 “갈수록 줄어드는 PC 시장만 바라보지 않고 모니터 개발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등 모바일기기의 범용화로 PC 시장이 침체일로를 걸으며 국내 전통 PC 업체, 특히 중소 규모 업체들이 사업 다각화와 업종 전환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PC 또는 PC 부품이나 주변기기 제작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제품이나 서버를 비롯해 헬스케어 같은 신산업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의 과도기에 있는 이들 업체가 도태되지 않고 신산업 생태계로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삼보컴퓨터’로 국내 토종 PC의 위력을 보여줬던 TG삼보는 이제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브랜드 ‘루나’로 더 유명하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TG삼보의 관계사인 TG앤컴퍼니가 기획과 디자인을 맡은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는 지난해 9월 출시돼 삼성전자와 LG전자·애플·샤오미 등 기존 제조사 중심의 시장에 신선함을 안겼다는 평가다. 판매량도 지난해 말 누적 15만대가 팔렸고 올 1월에는 후속작인 ‘쏠’이 나오기도 했다. 또 3월에는 SK텔레콤과 공동 개발한 ‘루나워치’가 출시되면서 지난해 매출 1,201억원의 TG앤컴퍼니는 모바일기기 기업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고가 20만원 미만의 중저가 스마트워치인 루나워치 역시 애플워치 등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고 출시 일주일 만에 4,000대가 팔려나갔다. 국내 PC·영상정보기기 공급 제조업체 에이텍은 서버와 스토리지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에이텍 관계자는 “PC를 기본으로 하면서 다양한 응용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음식물 개별계량기 등 신사업 발굴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 PC업체 업종전환 한계…정부 R&D·장비 등 적극 지원을




이들 업체의 도전은 계속 줄어드는 PC 시장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데스크톱 및 노트북 같은 전통적 PC의 글로벌 출하량은 2012년 3억4,300만대에서 올해 2억3,200만대(추정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테스크톱만 봐도 올 1·4분기 출하량은 6,478만대로 지난해 1·4분기의 7,169만대보다 9.6%가 감소했다. 국내도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PC·노트북 출하량은 448만대로 전년인 2014년(486만대)보다 7.8%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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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내 PC 업체들이 공공 부문 납품 중심인 조달시장에 상대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이들의 사업 다각화와 업종전환의 요인이다. 대우루컴즈 관계자는 “아직 판매제품의 70%는 PC 모니터로 여전히 주력은 공공수요를 맞추는 기존 제품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PC 침체가 세계적 현상인 만큼 외국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인텔은 주력 분야였던 PC 부문을 축소하고 데이터센터와 메모리반도체·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으로 사업범위를 넓혔다. 2014년까지만 해도 세계 PC 시장 1위였던 HP는 중국 기업 레노버에 해당 분야 1위를 빼앗기 뒤 스마트폰뿐 아니라 기업용 서버, 데이터 저장장치 제조 등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주력 사업으로 기존 PC 운영체제(OS)인 ‘윈도’가 아니라 클라우드 사업을 밀고 있다. 역시 PC 제조사인 델은 지난해 10월 세계 1위 데이터 저장장치 업체인 EMC를 670억달러(약 79조7,434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고 인수작업은 올해 안에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에는 대표적 PC 업체였지만 이제 클라우드로 체질전환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인 이들의 사례를 국내 중소업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가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사업 다각화나 업종 전환을 하는 IT 업체를 위해 기술 연구개발(R&D)과 장비 및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며 “외국에서 열리는 기술 전시회에 국내 업체를 참여시켜 외국 투자유치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양준·김창영기자 mryesandno@sedaily.com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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