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류열기 한풀 꺾여…한국어 돌파구로 새 성장판 열어야

[한국어 전파 글로벌현장을 가다] <중>한류엔진 떠받칠 동력 필요

작년 소비재·관광 수출효과 42억弗 그쳐 전년비 4.2% 감소

다국적 자본·인력들 참여 늘어 한국적 정체성 갈수록 희석

한국어·문화 함께 전해야 한류 확산 새로운 가능성 열려

중국 항저우 세종학당에서 학생들이 K뷰티 강의를 듣고 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수업이 함께 이뤄지면서 시너지를 키운다는 설명이다.중국 항저우 세종학당에서 학생들이 K뷰티 강의를 듣고 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수업이 함께 이뤄지면서 시너지를 키운다는 설명이다.







영국 런던 소아스대 세종학당 학생으로 한국 국악을 공부하는 다미 에니올라가 가야금 시범을 보이고 있다.영국 런던 소아스대 세종학당 학생으로 한국 국악을 공부하는 다미 에니올라가 가야금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한국 문학에 ‘한강의 기적’을 선사한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이 있기까지는 한국어로 말하고 쓸 줄 아는 한 외국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영국인 데버러 스미스(29)가 그 주인공이다. 번역가로서 한강과 맨부커상을 공동수상한 스미스는 “(자신에게) 한국어가 확실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스미스의 선택은 자신의 활로를 열었음은 물론 한국어가 ‘문학 한류’의 확산, 한류의 경제효과 확대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해줬다.

이번 서울경제신문의 해외특별취재에서는 한국어로 한류 확산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한류 확산과 한국어의 글로벌 전파에 힘입어 한류 산업화의 방향성도 차츰 틀이 잡혀 나가는 모습이다.

◇한국어가 한류 확산의 새로운 돌파구=영국 런던의 소아스대 세종학당에서 한국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 다미 에니올라를 만났다. 그는 “한국 사물놀이를 접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가졌고 한국어도 공부한다”며 “거문고도 배우고 싶었지만 런던에는 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없어 배우지 못했다. 내 고향(나이지리아) 민속 음악과도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순수 국악도 K팝 못지않은 마니아층을 가지기 시작한 셈이다.


근래 들어 한국어가 K팝과 드라마를 넘어 국악 등 새로운 한류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 문화의 글로벌 확산과 더불어 한류의 산업화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 상태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에 따른 문화 콘텐츠 상품 직접 수출 효과는 28억2,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4% 늘어났다. 글로벌 한류 확산에 따라 이런 직접 수출은 매년 1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물론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의 합작을 통해 세계성이 강화되는 반면 진정한 ‘한국적’인 것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제작사 NEW의 경우 중국 업체인 화처미디어가 2대 주주로 회사 지분의 13.03%를 갖고 있다. 드라마 제작에 중국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은 당연하다. 수출 문화 산업에서 ‘한국’의 희석은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관광에서 한국산을 찾는 관계성도 줄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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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라는 엔진에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최적의 아이템으로 ‘한국어’를 꼽고 있다. 한류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어에 관한 관심을 높였다면 한국어 확산에 따라 다시 한국 상품 선호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송향근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은 “한국어를 배우는 세종학당 학생의 집에는 한국산 제품이 하나라도 없는 곳이 없다”며 “K팝이나 드라마는 한류의 일부로 (한국어를 통해) 한류는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류의 경제적 효과 아직은 미완성=그러나 한류 열풍 확산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인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KOTRA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공동으로 조사, 공개한 ‘2015년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류에 따른 소비재 및 관광 수출 효과가 42억1,000만달러에 그쳐 전년도에 비해 4.2% 감소했다. 이런 한류의 간접 수출 효과 감소는 이 같은 연구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세부적으로는 식음료와 화장품에서 2.4%, 59.7% 각각 늘었지만 의류·액세서리·가전제품·자동차·관광 등 대부분에서는 감소했다. 기존 한류의 ‘약발’이 주춤해지고 있다는 것이 숫자적으로도 증명된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지난 4월28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저장관광대의 ‘항저우 세종학당’ 강의실에서 진행된 ‘K뷰티(K-Beuty)’에서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중국 젊은이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한국식 눈 화장에 대한 이론과 실습에 참여한 30여명의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망울이 또롱또롱했다. 이날 강의실에서 만난 잉링링(저장관광대 2학년)은 “친구들이 집에 한국 화장품 서너개씩을 당연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 한국 문화 전파가 함께 가야=한류 열풍은 경제적 효과를 아직 도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한류의 직접적인 효과인 문화 콘텐츠 상품 수출은 늘고 있지만 이것이 다른 산업의 파생 효과를 이끌어내기는 힘겨운 상황이다. K팝이나 드라마·영화의제작에 국제적인 자본과 인력이 참여하면서 오히려 한국적인 면이 희석되고 있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국어가 새로운 한류의 희망으로 대두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국어 학습과 함께 한국 문화의 전파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항저우의 세종학당 관계자는 “한국어 수업과 함께 K댄스·K뷰티를 포함해 다양한 한국 문화 관련 수업도 진행하면서 항저우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인력과 비용 부족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지원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정부는 전세계 세종학당에 한국어 교원과 함께 한국문화를 가르칠 전문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다만 한국 문화 전문인력으로 해외에 파견되는 문화인턴(대학생)과 문화전문가는 올해 26명. 지난해 22명에서 겨우 4명 늘었다. 전세계에 분포된 138개 세종학당의 다섯 곳 가운데 한 곳 정도에 겨우 파견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세종학당에 파견되는 한국 문화 전문인력을 내년에는 50명선으로 늘리고 다양한 해외 기관과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별취재팀:중국 베이징·항저우=최수문기자(팀장), 영국 런던·독일 본=연승기자, 베트남 하노이·호찌민=박성규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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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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