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오는 25일 방한한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으로 4·13 총선 이후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부각되는 시점에서 방한하는 것이어서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까지 머무는 방한 기간 내 동선도 제주와 수도권, 대구경북(TK) 지역을 오가는 등 광폭 행보에 가깝다. 반 총장 측은 정치적 행보를 최대한 자제할 움직이지만 국민적 관심과 다양한 정치적인 해석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도 안동 하회마을 방문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최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충북 출신인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가 임명되면서 ‘TK+충청 연대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TK표심을 위한 의도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TK의 주류인 친박 의원들과 충청권 의원들은 과거 DJP연대와 같이 충청과 연대해 내년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이른바 ‘TK+충청지역연대론’을 연일 제기하면서 반 총장을 띄우고 있다. 지난 2월 윤여철 전 외교부 의전장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렸다. 유엔 사무국 의전장으로 무려 8년 동안 반기문 총장의 일정을 도맡아 관리하던 윤 전 의전장이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가교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4·13 총선 이후 여권 내 잠재적인 대권 주자들이 총선에서 지거나 책임론 등으로 치명상을 입으면서 초유의 인물난을 겪게 된 후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총선 패배 후유증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발 정계개편설 마저 나오면서 반 총장의 선택지는 점점 넓어지는 상황이다. 필요한 역할이 더 많아지고 그만큼 몸을 움직일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반 총장 특유의 친화력이 강하고 적(敵)을 만들지 않는 성격이 정계개편론에서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부의 모든 직원이 스스로를 ‘반기문 라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반 총장의 친화력은 자타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반 총장은 방한 기간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행사나 정치권 인사와의 만남은 극도로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방한을 계기로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올해 말 이후의 ‘정치적 행보’ 여부를 놓고 갖가지 추측과 관측이 난무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방한 기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메시지를 꺼내놓을 경우 파장도 예상된다.
공교롭게 반 총장의 방한일정에 맞춰 내년 대선을 향한 야권 잠룡들의 행보도 더 빨라지고 있다. 야권의 경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의 양강 구도에 ‘잠룡’인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이 정계복귀를 시사하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가세하고 있다. 반 총장의 국내 인맥으로는 충청권 인사와 함께 김원수·김숙·박인국·오준·박준우 등 ‘외무고시 12회 5인방’으로 지칭되는 외교부 라인, 그리고 ‘멘토 그룹’이 있다. 멘토그룹에는 반 총장을 특별히 아꼈다는 노신영 전 총리나 박수길 전 유엔대사, 한승수 전 국무총리,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 등이 대표적이다. 여의도 인맥으로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친박 중진인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낙연 전남지사 등이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반 총장과 하버드 유학시절 동문수학한 사이다.
/노희영·나윤석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