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배당주 펀드가 선방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집계를 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배당주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0.32%를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의 일반 주식형 펀드(-3.07%)나 중소형주 펀드(-3.99%)와 비교하면 양호한 성과다.
과거 국내 펀드의 자금동향을 살펴보면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에 육박할 때마다 투자자들은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에 나섰다. 상당수의 국내 주식 펀드들은 자금유출로 몸살을 앓았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가 장기간 박스권 안에서 제한적으로 움직이면서 2,000선을 고점으로 확신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탓이다.
코스피가 최근 2,000선 근처에서 등락을 반복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배당주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이익실현을 위한 펀드환매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배당주 펀드를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 역시 적절한 투자 시점을 놓친 것은 아닐까 고민스러울 듯하다.
하지만 이런 유혹에도 불구하고 배당주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넣어둬야 한다. 우선 국내 주식시장의 배당 지급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2013년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은 13조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2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기업 투자수익률 하락에 따른 배당 선호현상과 기업 지배구조의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배당 확대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배당수익률이 사상 처음 국고채(3년 만기 기준) 수익률을 초과한 점도 배당주 투자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물론 아직도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금 규모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1.6%로 영국(4.3%), 독일(2.8%), 중국(2.8%), 일본(2.1%) 등에 크게 뒤처진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주식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기업에 배당을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령화 현상이 심화할수록 배당주 투자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사례를 보면 주식과 펀드 투자자들이 고령화되면 고위험·고수익 투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으로 여겨지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으면서 꾸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배당주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꼭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할수록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