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실하면 채용"…쪽방촌 50대 입가엔 미소가

[취업취약계층 첫 '일자리 박람회' 가보니]

서울시가 25일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취업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 이력서에 넣기 위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번 박람회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2016년 노숙인 일자리 종합대책’의 하나로 50여개 민간 기업이 참여했다.  /이호재기자서울시가 25일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취업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 이력서에 넣기 위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번 박람회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2016년 노숙인 일자리 종합대책’의 하나로 50여개 민간 기업이 참여했다. /이호재기자




서울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25도까지 오른 25일.


그늘 한점 없는 서울시청 광장에 흰머리가 무성한 칠순 노인, 몸이 불편해 목발을 짚은 중년 남성, 말을 하지 못해 수화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 등 일반적인 기업 채용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많은 구직자가 몰렸다.

광장에 설치된 수십 개의 부스 사이를 바삐 오가는 그들의 손에는 사진이 붙어 있는 흰색의 이력서 한 장이 들려 있다. 부스 안에 마련된 상담석에 앉은 구직자는 맞은 편에 앉은 기업 인사 담당자의 질문에 다소 멋쩍은 듯 웃으며 조심스레 대답했다.

장애인·노숙인 등 수백명 몰려

“분위기 깔끔”“일자리 희망 생겨”

구인기업·구직자 모두 긍정적




이날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마련한 ‘취업취약계층 일자리박람회’가 열렸다. 취업취약계층은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장애가 있는 구직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다양한 조건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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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시작되는 이날 오후2시가 다가오자 이동하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취업에 대한 이들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시가 추산한 이날 박람회 참가 인원은 400여명에 달한다. 참가한 50개 기업이 마련한 부스마다 지원자가 밀려 3분 남짓 걸리는 면접을 위해 10분 이상씩 기다려야 했다. 박람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이력서에 쓸 사진을 찍어주는 희망사진관 부스에는 참가자들 수십명의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다.

올해 처음 열린 행사에 대해 구직자들과 구인기업 모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동대문쪽방상담소에서 왔다는 조모(57)씨는 “취업취약계층 박람회라고 하면 불결할 것 같아 거부감이 먼저 드는데 오늘 행사는 전체적으로 깔끔한 분위기가 좋다”고 평가했으며, 영등포쉼터에서 왔다는 이모(45)씨도 “사업장이 거제에 있다는 휴먼테크라는 기업에서 언제든지 생각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하더라”라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날 박람회에 참가한 한 대기업 부스의 담당자는 “지금껏 면접 보신 분 중 저희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분이 있다”며 “기본적인 성실성만 담보되면 채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냥 나와보신 분들 너무 많아”

사전 조율 부족 등 운영 미숙도



하지만 첫 행사인 만큼 미숙함도 드러냈다. 한 참가자는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일수록 직원들 교육을 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 참가 기업의 부스 담당자는 “취업 의지가 강하신 분들도 있지만 그냥 한번 나와보신 분들이 너무 많다”며 “사전에 이런 부분이 조율돼야 박람회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람회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참가 기업들의 부스를 일일이 돌며 박람회에 참여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했다. 택배 회사인 일진물류의 부스담당자가 “이번 박람회에서 최대 9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박 시장은 동행한 간부에게 “90명을 채용한다는 데 도와드릴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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