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선진화법 이젠 20대 국회 스스로 개정하라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이 국회의원의 표결·심의권을 침해했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각하됐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새누리당 의원 19명이 국회의장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과 관련해 “의사절차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존중해야 하고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를 결정했다. 우리는 헌재의 이번 선고에서 국회의 절차법인 선진화법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주목했다. 하지만 헌재는 최종 판단을 ‘국회가 결정하라’는 식으로 되돌린 것이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1월 나성린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기재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한 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요구했음에도 기재위원장이 거부한 데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헌재에 청구하며 시작됐다. 국회법 85조의 2 제1항에는 재적위원 5분의3 이상이 동의해야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 측에서는 헌법상 다수결원칙에 위반된다고 반발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정부의 직권상정 요청을 받고 국회법상 근거가 없다고 제시해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비화한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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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만으로 판단한 헌재의 이번 결정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으나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파생시킨 입법마비와 식물국회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국회선진화법의 폐해에 대해서는 정치권 대부분이 이미 19대 국회를 통해 뼈저리게 절감했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무책임·무능·무생산 등 3무(三無)로 일관하며 19대를 역대 최악의 국회로 만든 장본인이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헌재의 판단과 무관하게 선진화법이 개정돼 마땅한 이유다.

4월 총선 이후 여의도 정치권에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불온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여소야대의 선거 결과로 과반을 잃은 새누리당에서는 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추진동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반면 이제껏 선진화법에 기대 국회 법안 처리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야권에서는 오히려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지금 와서 나름의 이유를 대고 있지만 이는 표리부동의 정치일 뿐이다. 20대 국회마저 ‘선진화법의 덫’에 걸려 또다시 식물국회로 좌초하게 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이 나서면 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있다. 나쁜 전례는 19대 국회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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