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당국·채권단. 조선 빅3에 고강도 자구 압박

당국·채권단 "최소 3년 버틸 돈 필요" VS 현대·삼성重 "올해 흑자전환…급한 상황 아니다"





“작업장 한가운데 호텔 파는 수준으로는 어림없어”

당국·채권단, 사실상 대주주·그룹차원 지원 요구


“부채비율 등 정상기업 수준인데 부실기업 취급”

자구노력 진행중인 현대·삼성중공업은 억울함 호소



자구를 둘러싼 금융당국·채권단과 대형 조선업체 사이의 간극이 크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도 자구노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자칫 조선업의 위기가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빅3’가 위태로워지면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각사가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토대를 우선 만들어놓고 이후에 컨설팅을 거쳐 사업 부문 조정 등 조선업 재편을 채권단과 업계 주도로 해나가도록 하자는 게 당국의 복안이다. 하지만 업계는 대규모 자산매각 등은 논할 단계가 아닌데 당국이나 채권단이 성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사에 대한 회계진단 결과가 나오면 자구 규모를 확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당국 “3년 버티려면 자구 10조원 필요”=천문학적인 혈세가 들어간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은 현 재무 상황만 놓고 보면 경영에 큰 문제가 없다. 당장 부채비율만 보더라도 현대중공업(134%)과 삼성중공업(246%)은 대우조선해양(6,641%)에 비해 상당히 건전한 편이다. 그러나 향후 닥칠 상황을 보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게 당국과 채권단의 판단이다. 당장 2~3년 후면 수주절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4년 403억달러에 달했던 현대중공업의 수주잔액은 올 1·4분기 29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수주잔액이 400억달러 턱밑까지 올라갔던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초 해양플랜트 계약이 해지되는 등의 여파로 300억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신규 수주가 없는 관계로 매년 수주잔액이 하락하고 있다. 채무 규모는 대우조선해양이 23조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 17조4,000억원, 삼성중공업 14조4,000억원 등의 순이다.

관련기사



당국은 조선업 특성상 막대한 고정비가 들어간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건비다. 현대중공업만 보더라도 매년 퇴직금을 포함한 인건비 지출액은 5조5,000억원 수준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2년 후 건조해야 할 배들이 소진돼 도크가 비게 되면 고정비 성격의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온다”며 “그렇다고 조선업의 특성상 인력을 대폭 줄일 수도 없는 만큼 인력 감축과 더불어 이를 감당할 만한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최소 10조원 수준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실성 있는 대안 내놓아야”=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주채권은행에 제시한 자구안 초안이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 규모가 작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게 당국과 채권단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게 삼성중공업이 자구안 중 하나로 제시한 거제 삼성호텔 매각 계획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작업장 안에 있는 호텔을 매각하겠다고 자구계획을 가져왔는데 헛웃음이 나왔다”며 “채권단에서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자구계획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필요한 자금 규모가 대폭 늘어나면 그룹이나 대주주 차원의 지원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나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이 거론된다.



◇현대·삼성중 “시간에 쫓길 상황 아니다”=정부의 강도 높은 자구안 요구에 대해 대형 조선사들은 드러내놓고 내색은 안 하지만 ‘억울하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선제적인 자구노력이 진행 중인데 당국이 부실기업 취급을 하며 성급하게 밀어부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현대자동차·포스코·KCC 등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 1조4,279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또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선제적으로 줄이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화성사업장·당진공장·사외기숙사 등 보유 부동산뿐만 아니라 두산엔진을 매각해 총 1,4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또 임원의 30%를 축소했으며 상시희망퇴직을 통해 2014~2015년에 걸쳐 인력 1,000여명을 감축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현대중공업은 올해 1·4분기에 3,252억원 흑자로 돌아섰으며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4·4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알짜 자산매각이나 계열사 지원에 대해서도 아직은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기업공개를 할 예정이기는 하지만 시간에 쫓겨 추진할 정도의 재무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내년 상반기에 대규모 인도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올해만 지나면 현금 흐름에 큰 문제가 없다”며 “채권은행이 정상적인 여신만 해준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혜진·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조민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