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철강업체, 조선용 후판을 어쩔꼬…'조선사와 가격 협상 난항'

연초대비 철광석 30% 올랐지만 올들어 한차례도 못올려

조선용 후판 제외 건축용 등 다른 철강재는 올들어 줄줄이 인상

철강사 "조선용 후판 원가에도 못미쳐"vs 조선사 "생존위기에 원가상승 감당못해"

출처: 한국자원정보서비스출처: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올 들어 꾸준히 제품가격을 인상해왔던 철강사들이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연초 대비 30% 가까이 올라 후판 가격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업체들은 원가 비중이 높은 후판 비용까지 올라가면 경영위기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 들어 후판 가격을 한차례도 올리지 못한 채, 조선사들과 인상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조선사들과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우선 기존 가격으로 후판을 공급하면서, 인상분은 추후 정산하기로 하고 조선사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후판 가격을 동결해오고 있는 동국제강은 대형 철강사와 조선사들간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각 업계 1위인 포스코와 현대중공업간 후판 공급 가격이 결정되면 이에 나머지 철강사와 조선사들간의 협상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올들어 비 조선용 후판은 연초 대비 수차례 가격 이상을 통해 톤당 12~13만원 가량 가격을 올렸다. 이에 반해 조선용 후판은 톤당 2~4만원, 한 차례 가격을 올리는 데 그쳤다.


철강사들이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철강석 가격이 연초부터 크게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철광석 가격은 중국항구인도 가격으로 연초 43달러에서 최근 55달러까지 약 28% 가량 올랐다. 이에 따라 열연, 냉연, 비조선용 후판 등 다른 철강재들은 올 들어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유동 조선용 후판만 조선업황 악화로 예전 가격에 묶여 있는 형편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조선용 후판의 경우 제조원가가 제품 가격에도 못 미쳐 후판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관계자도 “지난해에도 후판은 손익분기점 상황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며 “일본과 중국의 제철소들도 후판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반면, 조선사들은 수주절벽 등으로 경영 위기가 고조되는 마당에 후판 가격까지 올리면 경영에 타격이 크다며 버티고 있다. 후판은 조선업체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총 연결매출의 2~9%로 선이다. 원가 비중이 높은 조선소의 경우 10% 가까이 후판이 차지하는 셈이다. 평균적으로 후판 가격이 1% 상승할 경우 조선사의 영업이익은 1.0~3.3%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정우창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후판가격이 1%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 하락률이 3.3%로 주요 조선업체 중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우조선해양도 2.4% ,삼성중공업은 3.0%, 현대중공업은 1.0% 가량 영업이익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가는 떨어지는 데 반해 원가 상승 부담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선사들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부터 철강업체들의 조선용 후판을 비조선용 후판으로 생산을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 절벽’으로 내년부터는 건조 선박이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철강사 관계자는 “조선용 후판 생산라인에서 다른 후판 제품으로 생산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