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존재가 우선할까, 목적이 우선할까. 스님은 존재가 먼저라고 잘라 말한다. 목적을 위해 태어났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 우리는 조건 없이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는 깨달음 때문이다. 그래서 ‘왜 사는가’를 끊임없이 묻게 되면 정답이 없음에 이르며 삶이 불행해진다고 설파한다. ‘왜’라는 질문 대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이 인생의 답이다.
대표적 대중 멘토인 법륜스님(사진)은 최근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청년희망’ 강연에서 “현재의 행복을 미래로 미루거나 자기 아픔과 희생을 합리화하면 안 된다”며 “어느 상황에서나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주인이 된다는 수처작주(隨處作主)의 마음으로 살라”고 말했다.
삶의 본질을 고민하는 것에 대한 법륜스님의 해법은 스스로 찾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이어가면 끝은 ‘무(無)’가 된다. 그는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계속 질문하고 추구하다 보면 지식이 바닥을 드러내고 결국 모른다는 결론에 이른다”며 “질문에 답을 할 만큼 한 다음에야 스스로 질문이 끊어지고 그 이후에 참선하는 사람이 풀어야 하는 문제, 즉 화두(話頭)와 정신을 집중하는 선(禪)의 단계에 접어든다”고 설파했다.
선은 대답해줄 수 없는 단계다. 모르는 자신에게 ‘나’라는 사실밖에 없다. 그는 “논리를 떠나야만 닿을 수 있는 것이 곧 화두요, 이곳에 이르러서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상이 환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또 “경전을 열심히 외운들 마음은 편안하지 않는데 이는 지식과 복잡한 생각의 영역인 사량불변(思量分別)에 그치기 때문”이라며 “깨달음은 체험으로만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삶은 그 자체로 힘든 게 아니고 움켜쥐고 있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라는 게 법륜이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욕심과 집착이 고통과 오해를 부른다. 지난 2008년 그가 북한주민 식량 지원을 촉구하며 단식 수행에 들어가 단식 50일을 넘기고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인 70일째에 이르자 지인은 그를 말렸다. 지인은 대중들이 보통 생각하는 단식에 대한 상식을 초월하면 사람들은 단식의 본래 취지에 대한 관심을 접고 단식행위의 진위에 의심을 더 품게 된다는 조언이었다. 법륜은 그때 깨닫고 단식을 중단했다.
그는 “사는 데 자기 행복과 다른 사람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약간의 능력만 있으면 된다”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신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결혼이나 취업도 행복이 판단 기준이다. 결혼을 목적으로 사람을 사귀면 그 대상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목적 지향의 만남은 당연히 좋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막는다. 그는 “이 사람 또는 이것은 안 된다고 생각하니 안 되는 것일 뿐 세상은 옳고 그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