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올 추경편성 "NO" 내년 슈퍼예산 "YES"

"포퓰리즘 덫 빠질 가능성 크다"

정부, 정치권 추경 요구에 난색

내년 예산 400조이상으로 늘려

구조조정·경기부양 실탄 확보

구조조정 등으로 하반기 경기 흐름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정치권과 연구기관들이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추경 편성 요건이나 시기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야당의 요구에 끌려다니다 ‘포퓰리즘’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히려 올해 추경을 편성하기보다는 개선된 세수 여건 등을 바탕으로 내년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최근 야당의 요구와는 별개로 국책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경기가 상반기보다 하반기 들어 더욱 어려운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고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이라며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정적 파급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어 한국은행의 통화완화(금리 인하) 조치와 함께 정부의 추경 편성을 통한 ‘폴리시믹스(정책조합)’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 구조조정에 관여하고 있는 정부의 한 핵심 고위관계자는 29일 “야당 일각에서 구조조정에서 재정의 역할을 주문하며 추경을 거론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며 “특히 야당이 실업예산을 포함해 선심성 예산을 필요 이상으로 과다 요구하는 등 포퓰리즘으로 흐를 우려가 크다”고 추경 편성에 반대하는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정부·여당이 아닌 야당의 요구로 추경을 편성하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불필요한 간섭이 지나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야당 수뇌부는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업 여파가 예상되는 조선소 현장 방문에서 실업 최소화와 지원 등을 약속했다.


깐깐한 추경 여건과 편성 타이밍도 문제다. 현행 국가재정법(89조원)은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가장 근접해 있는 요건은 ‘대량실업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인데 아직 구체적인 기업 구조조정 방안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편성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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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예산실의 한 관계자는 “돈을 쓸 사용처를 마련해놓고 편성해야지 무조건 돈부터 준비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추경을 편성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경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경기 충격과 가뭄 등 재난 대응이 없었다면 경기 하향 우려만으로는 편성하기 쉽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편성 시기도 논란이다. 추경은 편성 결정부터 규모 산정 등 내부 논의, 당정 협의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되기까지 적어도 한 달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아직 20대 국회는 원 구성도 이뤄지지 않았다. 원 구성이 일러야 오는 7월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실제 국회에 제출되고 통과되는 시기는 8월로 지난해보다 한 달 이상 늦다. 이때는 사실상 내년 예산안 편성이 마무리되고 국회 제출을 준비하는 막바지 시기다. 예산실 내에서 “올해 추경을 편성하기에는 시기상 이미 늦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대신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재정 수요 등은 내년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해 마련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상태다. 세수 여건이 지난해보다 좋아지면서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40%)에 그만큼 여유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4분기 세수는 전년 대비 13조8,000억원 더 걷힌 상태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중기재정전망 전망치(2.7%)를 크게 웃도는 3.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총지출 증가율이 당초 예상보다 증가한 3% 이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3%만 잡아도 올해 예산지출(386조4,000억원)보다 12조원 가까이 늘어난 398조원대에 이른다. 세수 호조 지속 여부에 따라 3.5% 이상으로 올려 잡는다면 40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슈퍼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다음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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