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해외자원개발, 거버넌스 구축부터

이창우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해외자원개발 관련 문제

정부 전략 부재가 주 원인

공기업 3사 구조개편 아닌

국가차원 거버넌스 구축을



“저유가를 해외 자원 개발의 기회로, 자원 개발 멀리 보는 일본-쌀 때 투자, 해외 자원 개발 손 떼는 정부, 해외 자원 개발에 실명제 도입하자, 부실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과연 해체가 답인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원 개발 추진체계 개편 방안’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한 후 해외 자원 개발에 관한 기사나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이 내놓은 이 용역 결과는 한마디로 에너지 공기업 3사가 해외 자원 개발과 관련한 온갖 문제의 근원이므로 회초리를 대겠다는 것이다. 자원 개발 전문 자회사의 신설 그리고 자원 개발 기능의 민간 참여 등과 같은 조직 개편이 골자다. 산업부는 술렁이는 공기업 3사에 대해 “아직은 단지 용역 보고서 내용일 뿐”이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정치인들이 연루된 해외 자원 개발 관련 비리, 일부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의 부실, 지난 십수 년간의 중국 경제의 급성장에 따른 소위 자원가격의 ‘슈퍼 사이클’ 마감에 따른 공기업 부채 급증 등과 같은 문제의 재발이나 근본적 치유가 가능한 구체적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후 수립된 재난 안전 관리 대책처럼 주요 국가 위기 대응 방안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거버넌스 구축’이다. 우리는 해외 자원 개발 거버넌스가 과연 있나. 산업부와 청와대 경제수석의 산업통상자원 업무를 제외하고는 16개 대통령 소속위원회를 포함한 어디에도 에너지 안보를 중요 과제로 다루는 조직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해외 자원 개발’은 금기어가 돼 정부의 공식적 문서 등에서 사라지더니 에너지·자원 관련 연구개발(R&D) 투자예산도 슬그머니 조금씩 삭감돼 올해는 아예 신규예산이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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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처럼 해외 자원 의존도가 높아 자원 안보를 중요시하는 중국과 일본을 보자. 국가 수반이 앞장서는 중국은 2010년 1월 에너지 안보에 관한 중요 문제를 심의하고 에너지 개발과 국제협력 사안에 관한 부처 간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범정부 협의기구인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설립했다. 위원회는 참여정부 및 MB정부의 대통령 소속위원회이던 에너지위원회와는 사뭇 다르다. 중국은 국가에너지위원회를 통해 국영 석유 기업인 SINOPEC·CNPC·CNOOC의 프로젝트 승인뿐 아니라 외교적 지원, 경영진 인사, 전략적 제휴 업무에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있다. 위원장 격인 주임은 총리가 맡아 우리처럼 일부 정권 실세의 전횡에 따른 해외 자원 개발 프로젝트의 부실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본은 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에 해외 자원 개발 전략·계획 수립까지 하도록 전권을 맡겨 5대 종합상사들에 자원 개발 사업 출자 또는 채무보증 등을 해 자원을 개발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미쓰이 등 5대 종합상사의 2015년도 자원 관련 손실 총액이 12조원에 달했음에도 향후 5년간 종합상사의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최대 31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도 JOGMEC다. 2004년 JNOC와 MMAI를 통합해 탄생한 JOGMEC은 우리의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한 조직과 언뜻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전략과 계획을 산업부에서 세우지만 부처 간 조율 시스템이 제대로 없고 공사들은 직접 개발에 나선다.

우리는 범정부적 해외 자원 개발 거버넌스가 과연 있나. 정부의 종합적인 해외 자원 개발 정책 수립 및 조정의 부재가 작금의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지금처럼 해외 자원 개발 기본 계획 및 정책 수립을 산업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거버넌스 구축 예에서 보듯이 기획재정부·미래창조과학부·국무조정실 등이 모두 참여하는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거버넌스 구축 없이 공기업 3사의 구조 개편만 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문제만 생기면 이번 공기업 구조 개편 논란에서 보는 것처럼 조직부터 뜯어고치는 우리의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이창우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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