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스는 3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7,204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딘앤드델루카 인비테이셔널에서 합계 17언더파로 우승했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 버디 6개에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2위 해리스 잉글리시(미국)를 3타 차로 제쳤다. 4개월20일 만의 시즌 2승으로 상금은 120만6,000달러다.
스피스는 전반 9홀을 마치고 10번홀 티잉 그라운드로 이동하며 갤러리들 사이에서 절대 흘려듣지 못할 한마디를 들었다. 박수와 환호를 뚫을 만큼 목소리가 크기도 했지만 ‘마스터스’라는 단어는 스피스의 귓속에 송곳처럼 꽂히는 것이었다. “마스터스를 잊지 마, 조던!”
지난해 마스터스와 US 오픈까지 메이저대회를 연속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스피스는 지난달 마스터스에서는 ‘참사’로 불릴 만한 실패를 떠안았다. 마지막 날 선두를 달리다 12번홀(파3)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했다. 뭔가에 홀린 듯 한꺼번에 4타를 잃어 결국 우승을 내줬다. 후유증 탓인지 이달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컷 탈락했다.
스피스는 이날도 다소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 전반 9홀에서 모두 파를 적었다. 하지만 강제로 떠올려진 마스터스의 악몽이 보약이 됐는지 스피스는 후반 9홀에서는 버디 6개(보기 1개)를 몰아쳤다. 10번홀부터 바로 3홀 연속 버디를 터뜨렸고 18번홀까지 마지막 3홀에서도 줄버디를 잡았다. 스피스는 “10번홀의 그 갤러리는 선의로 그랬을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약간의 감정변화가 생겼고 다음 몇 홀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스터스 우승자가 입는 그린 재킷은 지난달 놓쳤지만 스피스는 고향 팬들 앞에서 체크무늬의 레드 재킷을 입었다. PGA 투어 통산 8승째인데 만 23세 이전에 8승 이상을 올린 또 다른 선수는 1920~1930년대 활동했던 호턴 스미스(14승·미국)뿐이다. 스피스는 타이거 우즈(미국)의 7승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스피스와 같은 조로 경기한 웨브 심프슨(13언더파 공동 3위·미국)은 “타이거 우즈를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장기인 쇼트게임은 더 날카로워졌다. 후반 9홀에 필요한 퍼트는 단 9개였다. 16번홀에서 6m 버디 퍼트를 넣고 다음 홀에서는 칩인 버디를 터뜨린 뒤 마지막 홀은 10m 버디로 마무리했다. 세계랭킹 1~3위인 제이슨 데이(호주)와 스피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이번주 말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맞붙는다. 3명 모두 최근 보름 새 우승을 경험하고 나오는 터라 더 흥미롭다.
한편 1라운드에 스피스와 공동 9위에 올랐던 노승열은 이븐파 공동 42위로 마쳤다. 뉴질랜드동포 대니 리는 4언더파 공동 22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