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경제 흔드는 정치 더이상 안된다] 구조조정 과도한 개입...度 넘은 '정치경영'

정치권, 표 의식해 "대주주 책임" 발언 잇따라

경영진 감시에 증자 요구...대놓고 투자 압박도



삼성그룹은 최근 중공업 증자 얘기가 나올 때마다 곤혹스럽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채권단에서 흘러나오는 대주주 책임론에 대해 뭐라 할 얘기가 없는 탓이다. 겉으로는 “삼성중공업에 물어보라”고 에둘러 말하고 있지만 아직 부실이 현실화하지도 않았는데 어떤 표현이나 행동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게 속내다. 현대중공업도 상황은 비슷한데 아직 현대중공업도 대주주 증자에 대해 별도의 입장이 없다.

재계에서는 조선 3사 구조조정만 해도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에 손실이 생기면 검토 후 자산 재평가나 유상증자 같은 단계를 거쳐 책임을 지면 되는데 지금은 정치권이 한 발 앞서 “책임 소재는 경영진이나 특히 소유주에게 있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탓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다 보니 정치권이 기업 구조조정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표밭갈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야당은 구조조정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달린 문제여서 정치권의 관심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기업경영에 대한 간섭을 당연시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뒤로는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기업의 투자를 종용한다.

고단수의 ‘정치경영’인 셈이다.


지난 23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거제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형 국영기업체나 대우조선해양처럼 1만명 이상 고용하는 업체는 근로자들이 경영감시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은 주주의 위임을 받은 이사회와 이사회가 뽑은 대표이사가 하는 것인데 일정 부분 이를 부정하는 것처럼 비친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도 견제가 필요하다는 차원이겠지만 기업을 소유한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발언”이라며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1차적으로는 시장과 기업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런 모습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산하 15개 공공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한다. 노동조합과의 ‘협치’를 바라는 의도지만 되레 공공기관 경영이 산으로 갈 수 있다는 비판이 많다.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과도한 처사라는 얘기다. 노조가 강성인 기업은 서울시의 사례를 표본으로 삼아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려는 정치권의 시도도 적지 않다. 야당인 더민주는 4·13 총선 때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 독립성 및 의결권 행사 강화와 공익법인 보유 계열사 지분 의결권 제한, 분할이나 분할합병시 자사주에 대한 분할신주 배정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현 대표소송제 요건 완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여소야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법인세 인상과 함께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들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결국 대선을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게 될 것”이라며 “기업을 압박하는 동시에 표를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만 국내 경기회복에는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압박은 나중에 지역투자와 바꿀 ‘카드’가 되기도 한다. 더민주는 총선 때 삼성의 뜻과는 무관하게 광주광역시에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을 유치하겠다고 나 홀로 발표를 하기도 했다.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