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금연치료 석학' 파이프 교수 "흡연, 습관 아닌 뇌질환…적극적 약물치료해야"

금연의 날 맞아 기자간담

6초에 1명씩 매년 600만명 사망

'의지'로 끊는 비율 5% 안 되지만

치료제 복용 땐 성공률 7~10배

챔픽스 등 16개국 임상 통과

"신경정신과적 안정성 입증"

앤드루 파이프 캐나다 오타와대 예방·재활의학과 교수가 3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화이자제약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 금연 트렌드와 치료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화이자앤드루 파이프 캐나다 오타와대 예방·재활의학과 교수가 3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화이자제약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 금연 트렌드와 치료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화이자




“6초에 1명이 흡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합니다. 흡연으로 매년 600만명이 숨을 거두죠. 흡연은 습관이 아닌 ‘(뇌) 질환’입니다. 니코틴 중독이 되면 뇌의 기능이며 신경전달 체계가 일반인(비흡연자)과 완전히 달라집니다.”


금연 치료의 석학으로 꼽히는 앤드루 파이프(사진) 캐나다 오타와대 예방·재활의학과 교수는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흡연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그는 “약물을 팔다리로 투여하면 15초 만에 뇌로 전달되지만 담배를 한 모금 빨면 중독물질(니코틴)은 불과 4∼5초 만에 도달한다”며 “니코틴은 뇌 보상회로로 도파민을 분출시키고 쾌감을 느끼게 하지만 문제는 갈수록 더 많은 니코틴을 갈망하게 돼 흡연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결국 각종 질병의 원인이 돼 조기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흡연자의 70%가량은 이 같은 위험성을 자각하고 평생 5∼7차례 금연을 시도하지만 의지만으로 6∼12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하는 확률은 3∼5%에 지나지 않는다. 뇌 상태가 이미 비흡연자와 달리 상당 부분 흐트러진 만큼 이를 다시금 바로잡을 수 있도록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과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12주짜리 금연 치료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한 참가자의 본인 부담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참가자가 금연 치료 의료기관을 세 번째 방문할 때부터 치료비를 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끝까지 이수하면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문 때 낸 비용도 모두 돌려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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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금연치료제 복용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하는 것에 비해 약 7~10배 높은 금연 성공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연치료제를 놓고 그간 안정성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도마에 올랐다. 우울·불안·자살충동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오명을 씻어낼 임상시험 결과도 이날 발표됐다. 한국화이자제약은 흡연자 8,058명을 대상으로 ‘이글스’라는 글로벌 임상연구를 진행해 금연치료제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와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웰부트린(성분명 부프로피온)을 니코틴 패치 등의 여타 금연 치료 보조요법과 비교 분석하고 안정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이 화이자와 GSK에 금연 치료 보조제와 신경정신과적 이상 반응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전 세계 16개국에서 진행한 무작위 대조 임상이다. 이번 임상 대상 국가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 바레니클린과 부프로피온은 2주 기준 금연 성공률이 40∼50%대로 니코틴 패치 등 다른 금연 치료 요법 대비 높은 보조 효과가 있었고 중증의 신경정신과적 이상 반응률 역시 눈에 띄게 증가시키지 않았다.

연구에 직접 참여한 파이프 교수는 “금연 치료 보조제가 환자들의 기분 장애, 신경정신과적 이상 반응을 유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EMA의 요청으로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유럽연합(EU) 내에서 판매되는 챔픽스 제품 포장에서 ‘복용 중 안전성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경고 문구 역시 삭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금연치료제 챔픽스를 먹으면 구토감을 호소하며 ‘내가 금단 치료받는 거지 항암 치료 받는 거냐’고 성토하는 환자가 많다”며 “그러나 이는 뇌 니코틴 수용체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겪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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