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들에 밀려난 일본 파나소닉이 TV용 액정패널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지난 2006년 액정패널 사업에 뛰어든 파나소닉은 이르면 오는 9월 말 효고현 히메지 공장에서의 TV 액정패널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해당 라인 종업원 수백명을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에 배치할 방침이라고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히메지 공장은 2010년부터 가동된 파나소닉의 TV용 액정패널 생산거점이다. 주력인 3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량은 월 81만대 수준으로 올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에만도 800억엔대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TV용 액정패널 시장에서 가격출혈 경쟁이 심해지자 파나소닉은 더 이상 채산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전면철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은 대형TV 화면을 선호하는 해외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처하지 못한 채 32인치 패널에 주력하다가 TV 대형화 붐이 불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급격한 채산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들의 첨단기술 개발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까지 더해져 파나소닉이 결국 무릎을 꿇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중국 디스플레이 주요 3사의 공세는 맹렬하다. 세계 LCD 시장에서 이들 3사의 점유율은 2011년 3%에서 2014년 12%로 급상승했다.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산 LCD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파나소닉은 수년간 출혈을 무릅쓰고 자사 패널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적자폭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1위 업체인 BOE가 최근 20조원의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어 축구장 20개를 합친 크기의 10.5세대 패널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파나소닉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나소닉이 액정패널 시장에서 철수함에 따라 일본 국내에서 TV용 액정패널을 생산하는 곳은 대만 폭스콘(홍하이)에 인수된 샤프만 남게 됐다. 신문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TV용 액정패널이 일본 전기업계를 이끌 것으로 기대됐지만 소니와 파나소닉 등 대형TV 생산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전쟁에서 밀리며 불과 10년 만에 이 같은 흐름이 사라지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파나소닉의 TV 생산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나소닉은 앞으로 일본 업체 등으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아 ‘비에라’ 브랜드로 LCD TV 생산과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도쿄주식시장에서 파나소닉 주가는 저수익 분야를 정리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힘입어 1,031.5엔으로 전일 대비 3.64% 상승 마감했다. 미즈호증권의 와카바야시 게이타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TV용 액정패널 전쟁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지금 단계에서 철수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판단”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