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경제도약, 중기수출로 돌파구 찾자] <3> 글로벌 보부상 GMD

정부·공공기관 수출에서 시장·민간주도로 패러다임 전환

신흥시장·전자상거래·B2G 등 3개 분야 특화된 GMD 발굴·육성

제2의 종합상사 붐 조성. 내수·로컬수출을 직수출로 연결

기존 무역회사·창업 GMD 등 투 트랙 진행

중소기업 관계자와 무역상사 전문가들이 지난 5월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전문무역상사 수출상담회’에서 상담을 벌이고 있다. /서정명기자중소기업 관계자와 무역상사 전문가들이 지난 5월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전문무역상사 수출상담회’에서 상담을 벌이고 있다. /서정명기자




# 강아지 영양제를 생산하는 우리가제약의 장순혁 대표는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2010년 창업해 내수시장에서 연간 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우리가제약은 중국과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수출 노하우가 부족해 속앓이만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전문 무역상사를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위의 조언을 전해 듣고 관련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 인천 한국폴리텍대학 하이테크관에 입주한 그립파워테크의 신재춘 대표는 5월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 참석했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내수기업들이 전문 무역상사들과 수출 상담을 하는 자리였다. 신 대표는 “아마추어 골퍼를 겨냥해 그립을 교정해주는 제품을 개발해 내수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해 상담회에 참석했다”며 “막연하게 느껴졌던 해외 시장 개척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1970년대 국내 수출을 이끌었던 종합상사 붐을 재연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대기업 수출을 통한 ‘낙수효과’는 한계에 달한 만큼 글로벌 시장개척 전문기업인 ‘GMD(Global Market Developer)’를 육성하고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수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윤재 숭실대 교수는 “개별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GMD 발굴과 육성을 통해 중소기업 수출 도우미로 활용하는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보부상 GMD 활용해 중기 수출지원=GMD는 중소·중견기업의 우수제품 수출을 위해 신시장·유망품목 발굴에서 유통채널 분석, 진입 지원, 통관·배송, 사후관리까지 수출의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수출전문 회사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보부상’이라고 할 수 있다.

GMD 육성은 기존 정부·공공기관 중심의 수출지원 체계를 시장중심형 민간 주도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민간 분야 전문상사와 수출 전문가들이 가진 노하우와 혁신의지를 최대한 활용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활성화 성공사례를 확산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GMD를 통해 특정 지역과 품목에 편중된 중소기업 수출구조를 신흥시장·소비재·온라인 등으로 다변화할 수 있다”며 “지역·품목·유통채널 등 특성별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회사를 GMD로 선발해 차별화된 통합지원 전문 무역상사 풀(pool)을 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MD를 통해 아프리카 등 특수지역과 국제기구 조달시장, 현지 독립몰 등 그동안 공공기관 중심의 수출로는 뚫기 힘들었던 미시 분야를 공략해 우리 기업의 수출활로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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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전문성을 활용하는 GMD 사업을 통해 내수→로컬 수출→대행 수출→직수출 등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성장의 사다리를 확충해 대외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수출의 근간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국내 로컬 수출기업은 5만5,000곳가량으로 이 중 직수출을 병행하는 기업은 2만2,000곳, 나머지 3만3,000곳은 직수출 없이 국내 공급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GMD 사업이 내수와 로컬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을 해외 직수출 기업으로 전환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 무역회사 활용, 창업 GMD 육성 등 투트랙 진행=정부가 추진하는 GMD 사업은 기존 무역회사를 활용하는 방안과 무역회사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를 선발하는 창업 GMD 등 투트랙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무역회사의 경우 주력 타깃 시장과 품목 등 해당 무역회사가 가진 전문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다양한 국가와 분야에서 선정하게 된다. 또 국경 간 이동이 자유로운 온라인 거점 무역상사들도 함께 선정해 온오프라인 양 방면에서 수출활성화를 지원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5개 시장(중국·아세안·중남미·중동·서남아) 진출 인프라와 노하우를 갖춘 신흥시장 GMD △온라인 시장을 통해 수출을 지원하는 전자상거래 GMD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에 특화된 역량을 갖춘 조달전문 GMD 등을 각각 선발해 기존 수출정책과 차별화할 계획이다.

무역회사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창업 GMD)의 경우 종합상사·대기업 등 무역 관련 업무경력과 노하우를 가진 수출·무역 전문가들을 선발해 이들의 창업을 지원하게 된다. 창업 GMD는 창업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무역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으로 창업교육, 유망 중소기업 제품 데이터베이스(DB) 제공 등으로 제조기업과 전문 무역상사를 동시에 발굴·지원하는 의미가 있다.

주영혁 한성대 교수는 “중소기업들은 제품 개발과 생산에 치중하다 보니 수출역량과 경험이 부족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GMD 사업을 통해 내수기업이나 로컬수출에 치중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직수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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