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작가가 (작품을) 한 번 보지도 않은 채 위작이라는 수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상당히 안타깝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이우환(80·사진)의 작품인 것처럼 위조됐다는 의혹을 받은 그림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과학 감정 결과에서도 모두 위작으로 판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2일 이 화백은 측근을 통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우환의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작가가 생존해 있음에도 작가에게 진위 확인을 요청하지 않고 위작이라는 결론을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이라며 “지금이라도 이우환 화백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귀국해서 (위조 판정받은) 작품들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경찰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현재 전시 일정 때문에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수사가 생각보다 길어져 1년 이상 진행된 탓에 불필요한 억측이 난무하고 피해가 컸다”며 “관련 위작에 관한 의혹이 해소되고 수사가 빨리 종결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과수가 올 초부터 지난달까지 이우환 화백의 진품들과 경찰이 감정 의뢰한 위작 의혹 그림 13점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의뢰 그림들은 진품과 다르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발표했다. 국과수 감정에 따르면 위작은 물감 성분과 캔버스 제작기법이 진품과 달랐다. 국과수 감정에 앞서 경찰은 국제미술과학연구소, 민간 감정위원회, 한국미술품감평원 등 3개 민간기관에 감정을 맡겨 모두 위작이라는 의견을 받았다.
이우환 화백의 대표작인 ‘선으로부터’와 ‘점으로부터’의 위작이 유통된다는 의혹은 화랑가를 통해 3~4년부터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민간 감정기관이 의뢰받은 이우환 작품의 상당수가 ‘위작’ 판정이 났고 이에 이 화백은 오랜 지인인 다른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작품 감정을 대행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화백의 작품인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의 위작들이 2012∼2013년에 인사동 일부 화랑을 통해 수십억원에 유통됐다는 첩보를 받고 지난해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경매에는 위조된 감정서를 첨부한 ‘위작’이 출품돼 5억여원에 낙찰됐고, 2014년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17억원에 낙찰된 작품을 비롯한 3점이 일련번호가 같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파장이 확산됐다.
경찰은 위작을 유통한다는 의혹을 받은 화랑을 압수수색해 위작을 확보했고 화랑주를 불구속 입건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위조 총책 현 모씨를 사서명 위조 혐의로 구속했고, 현재 50여 점을 위조해 그렸다고 시인한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