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업 투자 6년9개월만에 최저…돌파구 안보이는 경제

[한은, 1분기 국민소득]

소비 0.2%↓...지갑도 닫혀

성장률 0.5%로 하향세 지속



기업의 투자가 6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이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면 가계의 소비가 늘어나고 그 힘으로 기업이 성장하는 국민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꽉 막힌 것이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6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설비투자 등 총자본형성을 국민총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국내 총투자율은 27.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 2·4분기(26.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4분기 설비투자도 전 분기 대비 7.4% 감소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반도체 중심으로 기계류 투자가 줄고 최근 꾸준히 도입되던 항공기도 주춤하면서 설비투자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부양책으로 근근이 버티던 소비도 뒷걸음질했다. 지난 1·4분기 민간 소비는 0.2% 줄어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2·4분기(-0.3%)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총저축률은 36.2%로 1년 만에 최고치로 다시 올라섰다. 가계가 저축을 늘려도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는 공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 1·4분기 우리 경제도 전 분기 대비 0.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쏟아진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지난해 3·4분기에는 여덟 분기 만에 1%대 성장률을 회복했지만 4·4분기 이후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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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전기 대비 1.1% 하락하면서 2014년 3·4분기(1.5%) 이후 가장 큰 내림폭을 보였다. 수입은 3.1% 감소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었다.

그나마 유가 하락과 환율 상승, 수입 감소 등으로 나아진 교역조건 탓에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 분기 대비 3.4% 늘었다는 것이 위안이다. 재정 조기 집행으로 1.3% 늘어난 정부소비도 성장률 하락폭을 줄였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분양 경기 호황으로 건설투자는 전기 대비 6.8% 늘었다.

2·4분기도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부양책에도 4월 소매판매액은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국내 항공기 도입이 늘면서 설비투자는 감소폭을 줄일 수 있지만 구조조정 여파로 움츠러든 기업의 투자도 개선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도 감소폭을 줄이고는 있지만 뚜렷한 회복 동인이 없어 보인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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