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시각] 클린턴과 트럼프의 속사정

손철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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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숫자다.”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만난 우버 운전사는 자신이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라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의 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경선을 앞두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전체 경선 판도로 클린턴은 일찌감치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예약했다.

그동안 클린턴은 압도적인 지지율에도 e메일 스캔들과 워싱턴 정치를 대표하는 과거형 이미지로 라이벌 샌더스의 무상교육·자유무역 반대 등 저돌적 공약에 밀려 대통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2,383명 이상의 대의원)’는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7일 캘리포니아 등 6개 주 경선 승리 여부와 관계없이 지지율에 따른 대의원 수를 추가함으로써 결국 매직넘버를 달성하게 됐다.


클린턴으로서는 미국 50개 주 중 가장 인구가 많고 민주당 텃밭이기도 한 캘리포니아에서 멋지게 승리하며 역사상 첫 미국 주요 정당의 ‘여성 대통령 후보’로 자리매김해 오는 11월8일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택받는 데 주춧돌을 놓고 싶을 것이다. 얄궂게도 클린턴은 현재 캘리포니아 경선에서 샌더스의 추격을 허용해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대선 후보 확정 무대가 반쪽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그의 선거 캠프나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준비 중인 우버 운전사 같은 클린턴 지지자들은 매직넘버를 앞세워 샌더스 측에 “이제 그만 승복하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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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클린턴과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를 앞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잇따른 크고 작은 실수로 자질 없는 밑천을 까발려 어려운 형편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달 초 당내 경쟁자들을 차례로 무릎 꿇리고 본선 무대에 먼저 올라 클린턴을 상대로 충분히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희망 섞인 전망과 분석들은 한 달 만에 자취를 감췄다.

부동산 재벌이자 TV 쇼 유명 인사로 정치 무대에 혜성처럼 나타난 트럼프는 워싱턴 정치의 이중성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신랄하게 비판하며 백인 중산층의 대안이 됐다. 그러나 트럼프의 여성 비하와 이민자 등에 대한 차별적 발언, 전무한 정치·외교력이 시간이 갈수록 유권자 앞에 확연히 드러나면서 지지층을 확장하기는커녕 반대의 길로 가는 형국이다. 대중 이미지에 기댄 ‘반짝 스타’가 1년 넘게 대통령 후보를 다각도로 검증하는 미국의 정치·언론 시스템에 결국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 벌써 나올 정도다.

정치는 생물인데다 선거는 5개월이 남아 있고 부통령 후보 지명과 TV 토론 등 승부처가 곳곳에 깔려 있어 클린턴 대 트럼프의 대결 결과는 여전히 예측 불허다. 이번 미국 대선에 대해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일이라 더 어렵다”는 촌평도 예측의 어려움을 대변한다. 다만 차기 백악관 주인이 누가 되든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세계 정치·경제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상당 기간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다. 닥쳐올 가시적 문제들이라도 정부가 치밀한 준비로 강력한 방어 논리와 반전 카드를 마련해둬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손철 국제부 차장 runiron@sedaily.com

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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