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ELS 등 고위험 상품 판매중지권 입법 추진

금융위·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에 반영

금융당국이 투자위험이나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은 금융상품의 판매를 중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법안의 입법을 추진한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판매중지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고위험 투자상품들이 규제 대상으로 거론된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상품의 판매중지권 관련 내용을 금융소비자 보호법 제정안에 담아 20대 국회 원 구성 이후 발의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금융상품 중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거나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판매중지권을 발동하게 되는 것”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 전까지는 행정지도나 자율규약의 형태로도 규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폭락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당수의 국내 ELS 상품이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하자 판매사인 증권사 간 자율규약을 통해 내년 말까지 발행을 제한하도록 했다. ELS 상품의 HSCEI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투자위험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강경 조치였다. 이후 금융위와 금감원·자본시장연구원 등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상품 판매중지권 도입방안을 검토했고 관련 조항을 법안에 넣기로 결론지었다. 금감원도 지난 2월 2016년 감독·검사방향을 발표하면서 금융상품 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는 명령권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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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의 연쇄 영업정지에 따른 후순위채 피해에 이어 동양그룹의 기업어음(CP)·회사채 불완전판매 사태까지 불거짐에 따라 예방적 차원에서 강력한 규제방안을 갖춰둘 필요가 있다는 점에 금융당국과 관계기관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상품 판매중지권 도입을 결정하면서 중점적으로 참고한 것은 영국 FCA의 사례다. FCA는 2014년 8월 의회를 거치지 않은 임시입법 형태로 1년 기한의 판매중지권 제도를 도입해 코코본드 발행을 중지시켰다. 당시 FCA는 새로운 건전성 규제인 ‘바젤Ⅲ’ 시행에 앞서 은행들이 높은 금리로 코코본드를 발행한 뒤 이자 부담이 늘어난 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일반투자자 대상 판매를 제한했다. 금융사가 이를 어길 때는 이익반환·손실보상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됐다. 한국 금융당국 역시 금융소비자 보호법 제정 이후 시행령 등을 통해 세부 제재 규정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FCA 외에도 유럽의 증권감독청(ESMA)이 2007년부터 금융상품 판매중지권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호주의 증권투자위원회(ASCI)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와 금융투자업계의 자율규제를 통해 금융상품의 판매를 제한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에서 판매중지권을 법안에 반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제가 생긴 금융상품에 대해 바로 판매중지권을 사용할 게 아니라 과도한 판촉 행위부터 멈추게 한 뒤 결과를 보고 강력한 제재 권한을 쓰는 것이 더 실효성 있는 규제 방식”이라고 짚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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