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제 살길 찾는 은행권...조선사 신규지원 발 뺀다

국민·신한 이어 우리·KEB하나

대우조선 여신 등급 재분류 검토

농협은행은 RG한도 축소 나서

채권단 내 다른 목소리 내면서

부담커진 국책銀 건전성도 위태

"신규 수주해도 계약 차질" 우려

0815A10 대우조선0815A10 대우조선


삼성·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의 자구안이 제출되면서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민간 은행들이 채권단 내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범정부 차원의 구조조정인 만큼 채권단 이탈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조선사 여신에 대한 자산건전성 등급을 재분류하거나 신규 선수금환급보증(RG) 규모를 대거 줄이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각자도생’을 모색하는 것이다.

민간 은행들이 이처럼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금씩 발을 빼면서 조선사에 대한 신규 지원 부담은 국책은행으로 모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국책은행의 건전성도 위태로운 상황이어서 정부 내에서 논의되는 자본 확충 규모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조선사들이 수주에 성공한다 해도 신규 RG 발급 등을 둘러싸고 은행권과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 당국의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 한도 등을 모두 복원했던 일부 민간 은행들이 올해 들어 대우조선 여신에 대한 자산건전성 등급을 재분류하며 사실상 대우조선을 비롯해 조선 업계와의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국민과 신한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도 자산건전성 등급 재분류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LGD(부도시 손실률) 변경으로 1,700억원의 충당금이 환입되자 올해 초 대우조선 여신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정상’에서 ‘요주의’로 분류하며 1,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충당금 규모는 전체 여신의 10~12%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신한은행도 지난달 말 대우조선 여신을 ‘요주의’로 재분류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대우조선 여신에 대해 200억~3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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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신한은행의 움직임에 다른 민간은행들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우조선 여신을 모두 요주의로 분류하면 대우조선에 대한 구조조정을 워크아웃 등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민간 은행권에서 신규 여신을 집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산건전성 등급을 강등하는 것은 단순히 충당금을 더 쌓는 것 외에도 해당 기업에 대한 신규 여신 지원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요주의로 분류된 기업에 신규 여신을 지원하면 그만큼 충당금 부담이 더 생기는데다 내부적으로도 여신 지원 절차가 더 까다로워 신규 여신 취급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기존 여신에 대해서도 최대한 환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은행 가운데 조선사 구조조정 리스크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는 농협은행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제공한 RG 한도까지 총 3조원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의 RG 한도도 줄일 계획이나 아직 구체적인 액수는 나오지 않았다. 이는 농협은행이 사실상 조선사 RG 업무에서 발을 빼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농협은행이 당장 STX조선이나 성동조선 등에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 등을 고려하면 아무리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정상 기업이라 해도 더 이상 조선 관련 여신에 발을 담그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간은행들의 조선사 채권단 내에서 사실상의 이탈 움직임이 보이는 가운데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규모가 가늠되지 않으면서 조선사들이 신규 수주에 성공해도 RG 발급 등이 제대로 안 돼 수주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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