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사업재편 재시동...전자·금융계열사 합종연횡으로 이어지나

그동안 비공개서 이례적 '자율공시'...투명성 높여

삼성 "SDS 경쟁력 차원" 물산도 "합병 검토 안해"

디스플레이-전기·SDI 등 핵심사업 합병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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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가 물류사업 부문 분할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함에 따라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에 다시 불이 붙는 조짐이다. 그룹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물류사업을 떼어내 삼성물산에 합병시키거나 삼성전자의 물류 자회사와 합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재개되는 모양도 엿보인다. 당장에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중복 사업 조정과 비주력 사업 매각을 통한 효율성 제고 효과가 목적이겠지만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 “SDS 분할 경쟁력 차원일 뿐, 오너 지배력과 관계없어”=삼성SDS는 7일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 중이고 이 같은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분할 검토 배경에 대해서는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와 경영 역량 집중을 위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는 분할을 검토하는 물류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에 대해서도 전사 차원에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관심은 삼성SDS에서 떨어져 나온 물류사업 부문의 향배다. 시장에서는 일단 삼성물산 상사 부문과 합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삼성물산에 물류사업을 얹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본 것이다.

주가 상승을 통해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와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삼성물산의 다른 주주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삼성물산은 아직까지 삼성SDS와의 합병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 부인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특히 삼성SDS 분할을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연결시키는 시각에 대해 “오너가 대주주라는 이유로 고평가돼 있던 삼성SDS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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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점화한 삼성 지배구조 개편=삼성SDS의 분할은 삼성그룹의 앞으로 사업 재편 방향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시장에서는 당장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 계속되는 점을 볼 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사업 부문의 효율성 제고 작업도 언제든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물류 부문을 떼어낸 삼성SDS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을 삼성전자 물류 자회사인 삼성로지텍과 합병하는 등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전자 계열사들의 합종연횡 가능성도 있다. 이미 삼성전기는 비주력 사업을 분사했고 삼성SDI는 케미컬 사업을 롯데에 매각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삼성SDI 등 부품 계열사의 핵심 사업을 시너지 발휘 차원에서 합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특히 부품 계열사들의 자동차 부품 사업 통합 차원에서 이러한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 계열사에 대한 재편 작업도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삼성생명의 중간 금융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금융 계열사들의 지분을 삼성생명으로 이동시켰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삼성화재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했고 증권은 올해도 자사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금융지주사 전환 요건을 만족하기 위한 핵심 과제가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인데 경영권 위협 우려에 잠정 보류한 상태다.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SDI를 비롯한 그룹 제조 계열사의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하기도 했다. 매각에 실패했지만 제일기획 역시 언제든 팔릴 수 있는 잠재 매물이다.

◇ 사업재편 추진 방식 변화 오나…자발적 공시 ‘이례적’=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과 별개로 삼성이 사업 재편을 알리는 방식에서도 변화가 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얻은 ‘학습효과’가 반영될지 여부다. 재계는 삼성그룹이 검토 단계에 있는 삼성SDS의 물류사업 분할 추진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단행된 삼성의 사업구조 개편은 미래전략실 수뇌부와 실무진 등 극소수의 제한된 인원만 인지한 상황에서 비밀리에 추진됐다.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면 상장 계열사의 경우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가격에 영향을 줘 자칫 거래가 무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삼성이 상장 계열사인 삼성SDS의 분할 계획을 시장에 알린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과거 무대응 내지, 해명 공시와 같은 수동적 자세에서 자율 공시를 활용하는 능동적 자세로 변화한 것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온갖 억측이 나왔다”면서 “이런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공시를 해놓고 분할 검토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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