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포시도니아 2016] 박대영 삼성重 사장 "한국 조선 기술력 페라리급…싼값 아닌 차별화로 승부할 것"

단골 선주들과 발주 논의 진전...곧 성과 나올것

中·日 등 경쟁국보다 열악한 수주 환경 아쉬워

삼성重의 채권단 거액 지원요청 등 위기설은 낭설

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고급 휴양시설인 웨스틴 아스티르 팰리스 비치 리조트에서 열린 ‘한국 조선의 밤’ 행사에 참석한 안영집(왼쪽부터) 주그리스 대사,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선주사 관계자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몰려든 손님들을 환대하기 위해 서 있다. /이종혁기자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고급 휴양시설인 웨스틴 아스티르 팰리스 비치 리조트에서 열린 ‘한국 조선의 밤’ 행사에 참석한 안영집(왼쪽부터) 주그리스 대사,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선주사 관계자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몰려든 손님들을 환대하기 위해 서 있다. /이종혁기자


그리스 아테네에서 7일(현지시간) 만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답답함과 여유를 동시에 품고 있었다. 삼성중공업 위기설이나 채권단에 거액의 지원을 요청했다는 소문,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에 비해 힘든 수주 환경에 대해서는 답답해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펀더멘털과 기술 경쟁력을 얘기할 때는 여유로웠다. 조금만 더 느긋하게 기다려달라. 삼성중공업을 향한 모든 우려와 소문에 대해 박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지난 6일부터 아테네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조선·해운박람회(포시도니아) 2016’에 참석한 박 사장은 이날 열린 ‘한국 조선의 밤’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때때로 우리와 선박 발주를 논의하는 선주들은 ‘페라리라도 만드는 거냐’고 할 정도로 품질에 대해 놀라워한다”며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한국 조선 업체는 싼 가격이 아니라 고급화·차별화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일본의 추격을 받는 한국 조선 업계의 전략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다.


박 사장은 “아직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단골 선주들과의 오랜 신뢰를 발판으로 몇 건의 발주 논의가 큰 진전을 이뤘다”며 “포시도니아에서 꽤 많은 성과를 얻은 듯하다”고 했다.

박 사장은 한국 조선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경쟁국보다 수주 환경이 열악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중국 조선소는 금융기관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선주들에게 선박 건조 비용의 95%, 때론 100%까지 대출해주겠다는 파격적 조건을 내건다”며 “워낙 저가에 좋은 조건까지 제시하는데 마다할 선주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일본 조선 업계 역시 자국 선사들의 발주가 50%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수주 가뭄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잘 버틸 수 있다고 박 사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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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이날까지 수주가 단 한 건도 없다. 하지만 박 사장은 아무리 수주가 없어도 저가 출혈 수주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나 혼자 실적 쌓자고 회사의 미래를 망칠 수는 없다”며 “IMF 외환위기 당시도 수주가 오래 끊겼지만 결국 이겨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금만 여유를 갖고 삼성중공업을 지켜봐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고급 휴양시설인 웨스틴 아스티르 팰리스 비치 리조트에서 열린 ‘한국 조선의 밤’ 행사에 참석한 전세계 선주사 관계자, 선박금융전문가, 브로커, 엔지니어들이 음식과 술을 먹으며 즐겁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주최한 이 행사는 ‘국제 조선·해운박람회(포시도니아) 2016’이 열리는 기간에 맞춰 한국 조선 업계의 해외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아테네=이종혁기자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고급 휴양시설인 웨스틴 아스티르 팰리스 비치 리조트에서 열린 ‘한국 조선의 밤’ 행사에 참석한 전세계 선주사 관계자, 선박금융전문가, 브로커, 엔지니어들이 음식과 술을 먹으며 즐겁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주최한 이 행사는 ‘국제 조선·해운박람회(포시도니아) 2016’이 열리는 기간에 맞춰 한국 조선 업계의 해외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아테네=이종혁기자


지난해 삼성중공업에 1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안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도 더 이상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박 사장은 말했다. 그는 “해양플랜트 수주전에는 계속 뛰어들겠지만 수익성 평가를 철저히 진행하겠다”면서 “현재 짓고 있는 해양플랜트 역시 수익성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최근 회사에 실사를 위해 파견된 은행·회계기관 임직원들이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것 아니냐고 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올 들어 삼성중공업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구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소문들에 대해서는 답답함을 표시했다. 그는 “삼성중공업이 1조원에 이르는 거액을 지원해달라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요청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일부 선주들이 선박 인도를 예정보다 미루면서 대금 지급이 늦어졌고 이에 따른 자금 부족으로 채무 상환 시기를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다만 박 사장은 “조선소 운영을 위해 추가 자금 대출이 필요한 상황은 맞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조선 시장의 블루칩으로 평가 받는 크루즈선 건조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주장을 폈다. 그는 “크루즈선은 확실히 고부가 선박이지만 수십년간 크루즈선을 건조하며 전문성을 길러온 유럽 업체 말고는 쉽게 진출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도 한국 조선의 강점은 다양한 선박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양산성일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STX프랑스 인수 제의도 물리쳤다는 것이 박 사장의 말이다. /아테네=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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