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조선·해운업 등 5대 한계업종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대해 진정한 의미의 ‘헬리콥터 머니’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자본확충펀드는 단기자금 시장에 유동성을 급격하게 늘리는 효과를 내면서 단기금리를 최대 30bp(1bp=0.01%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홍철 동부증권(016610) 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자본확충펀드는 채권 발행자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의 ‘헬리콥터 머니’ 방식”이라며 “경제가 매우 위기상황일 때나 나오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유통시장에서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이 자본확충펀드와의 차이가 난다고 문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대해 “중앙은행이 유가증권을 발행자로부터 직접 인수하는 구조로 실물경제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자본확충펀드에 제공하는 대출금 10조원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7%로, 모두 풀렸다고 가정하면 은행 예금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며 “2월 말 기준 지불준비금이 52조원임을 감안하면 자금시장에 20%의 초과 유동성 공급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단기자금 시장에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면 단기 금리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결국에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하늘에서 돈을 살포한다는 의미의 ’헬리콥터 머니’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양적 완화로 돈을 찍어 풀자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여지면서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경제학에서는 디플레이션 탈출 방안의 일환으로 소개되고 있다.
문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헬리콥터 머니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한국이 글로벌 통화정책의 작은 실험실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퍼진 통화정책 무용론을 넘어 실제 효과가 날지 주목할 사항이라는 지적이다.